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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값 유감
입력1999-04-05 00:00:00
수정
1999.04.05 00:00:00
당시는 한국전 휴전직후여서 취직이라는게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고 용케 취직이 됐다해도 그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열악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토요일·일요일은 물론이려니와 밤·낮도 없이 일해야만 하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보수 역시도 「쥐꼬리」에 비유될만큼 형편 없었다. 그나마 제때에 나오지 않는 직장도 많았다. 아주 드물긴 했지만 보너스니 상여금이니 하는 번듯한 명목으로 특별수당을 지급하는 직장이 없었던 것도 아니어서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다.그러나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은 매달 적자생활로 허덕이기 일쑤였고 명절이라도 맞게 되면 그 시름은 한층 더했다. 그런중에도 형편이 좀 나은 고용주들은 설·추석이 닥치면 월급에다 「떡값」이라며 얄팍한 봉투를 얹어 명절 쇠는데 보태라고 하기도 했고 그보다 좀더 형편이 좋은 직장에서는 김장철 같은 때에「양념값」이니 「연탄값」이니 하여 월급쟁이들의 시름을 덜어주려 애썼다.
그런 「떡값」이 언제부턴가 그 의미가 크게 변질되어 쓰이기 시작했다.
공사입찰 때 업자간에 담합하여, 낙찰된 업자가 다른 업자들에게 나누어주는 담합이익금을 뜻하게도 되었으며 또 그것이 변하여 이제는 아예 뇌물을 일컫는 말이 되고 말았다.
촌지(寸志)또한 마찬가지다. 촌의(寸意)니 촌정(寸情)이니 하여 자그마한 뜻을 나타낸 적은 선물을 일컬었던 것으로 명절같은 때 신세진 사람에게, 또는 윗사람에게 건넷던 정감어린 선물이 이제는 대가성의 검은 돈봉투- 뇌물을 일컫게 되었다. 그러니 떡값과 촌지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몇십억원으로 사과상자에 담겨 전해지게 될 수 밖에.
얼마전의 보도에 따르면 정부에서 부패방지 종합대책으로 「촌지가 일반화돼 있는 것을 고려하여 경찰·세무직 공무원은 5만원, 그리고 일반공무원은 10만원 이하로 선물의 범위를 제한하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부패방지대책인지 부패방조대책인지 알 수가 없다.
「기름먹은 가죽이 부드러워지는 법」이므로 5만원이고 10만원을 떡값·촌지도 바치지 않은, 또 바치지 못한 사람들이 그들 공무원들에게 당할 불이익은 어쩔것인지 궁금하다.
<김문수 소설가.한양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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