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재벌 「문어발」도구화 우려/새 여전법

◎계열사 설립·출자제한규제 전혀없어내년 1월 출범할 예정인 여신전문금융기관(여전)의 경우 계열사 설립 및 출자제한에 대해 아무런 규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여전을 설립할 예정인 재벌그룹들이 여전을 문어발식 업무영역 확장을 위한 도구로 악용할 소지가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2일 재정경제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및 금융계에 따르면 새로 마련된 여전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상에 출자제한관련 규정이 전혀 없어 여전 등록업자는 앞으로 계열사 설립 및 출자 등에서 전혀 구애를 받지 않게 됐다.

지금까지는 30대그룹 소속 금융기관의 경우 각각의 업종별 업무운용준칙에서 계열사에 대한 출자가 철저히 제한돼 왔다. 대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중 「출자총액의 제한」항목(제10조)에서는 대규모기업집단 계열사중 금융업 및 보험업자가 제외돼 있었다.

그러나 여전의 경우 금융업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출자제한 규정에서 제외되는데다 여전법상에도 출자제한이 전혀 없어 여전업자는 아무런 출자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 결국 30대 재벌계열의 카드와 할부금융, 파이낸스사 등의 대부분이 내년부터 자본금기준으로 최대 3천억원대의 여전으로 전환할 계획이지만, 이들이 계열사의 증자와 설립 등에 무제한 출자해도 이를 막을 길이 없어진 셈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이와관련, 『대기업들이 여전을 문어발 확장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며 무분별 출자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못하면서도 『계열사에 출자하느니 여전업자들이 자산운용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게 나을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다.

재경원측의 이같은 입장은 그러나 대기업계열 금융기관에게는 거의 먹혀들지 않을 전망이다. 모 대기업 계열 금융업체의 기획담당자는 『계열 여전업자들이야 쌈짓돈(자기자본)으로 충실히 장사를 하고 싶지만, 오너들이 뻔히 보이는 돈을 가만히 놔둘리가 없다』며 재경원의 입장에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그는 이어 『현재 재벌들 대부분이 상호 출자제한 등에 묶여 사업확장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라며 『여전이 출범할 경우 그 돈을 이용한 재벌의 문어발 확장은 불을 보듯 훤하다』고 우려했다.<김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