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 지분 7.88%(609만9,604주) 전량을 삼성SDS 상장에 맞춰 매각하기로 했다. 삼성SDS의 공모가가 약 20만원선에서 결정될 경우 삼성전기는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계획을 의결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삼성전기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3,000원(5.95%) 오른 5만3,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8월 들어 20% 넘게 빠지던 주가가 급반전한 것이다. 삼성SDS는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삼성전기의 지분만 갖고서 일반공모에 들어갈 예정이다. 희망공모가액(15만~19만원)을 기준으로 삼성전기는 최소 9,149억원에서 최대 1조1,589억원 규모의 현금을 쥔다.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SDS의 장부가액이 4,22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구주매출로 4,922억~7,362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두는 셈이다.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을 거쳐 최종 공모가가 더 오르면 평가차익이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SDS의 상장 후 기업가치를 감안했을 때 삼성전기가 구주매출보다 지분을 더 보유한 후 파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SDS의 장외 시가총액이 23조원에 이르고 상장 이후에도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기가 지분을 좀 더 보유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공모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 희석을 최소화하려는 그룹 입장에서는 신주 발행을 가능한 줄이기 위해 계열사의 구주매출을 활용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삼성물산 등 삼성SDS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의 추가 구주매출 가능성을 점치는 대목이다.
삼성전기는 유입된 자금을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최대 납품처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실적악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640억원, 3457억원으로 전년보다 20.0%, 23.5%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363억원, 당기순이익 216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의 10% 내외에 불과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9.3%에서 올 상반기에는 1.0%로 추락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삼성SDS 매각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전자가격표시기(ESL) 등 신수종사업 발굴 및 육성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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