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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식충식물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함정에 걸린 벌레들의 양분을 먹고 산다. 드문 경우지만 열대지방의 한 식충식물은 꽃병 모양의 덫에 빠진 먹이를 잘게 부수어 먹기도 한다. 함정은 새끼손가락 크기부터 럭비공 크기까지 다양한데 곤충이 아닌 개구리나 도마뱀붙이, 작은 쥐의 뼈가 발견된 적도 있다. 국제식충식물협회(ICPS)의 배리 라이스 이사는 이처럼 척추동물을 먹는 행위가 식충식물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고기를 소화시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먹잇감을 분해하기도 전에 부패가 진행돼 먹이 주머니가 괴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만약 유전자 조작을 통해 거대한 식충식물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사람이 잡아먹히는 일은 없지 않을까. 라이스는 그렇게 단정지을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실제 그는 얼마 전 개인적 호기심이 발동, 식충식물이 사람의 피부를 먹을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한 바 있다. 자신의 발에서 무좀균에 감염된 피부를 다량 떼어내 파리지옥풀에 먹이로 넣어준 것. 당초 그는 파리지옥풀이 이를 소화시키지 못할 것이 당연하며, 계속 피부를 방치한다면 자칫 죽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1주일이 지난 뒤 먹이 주머니를 살펴보자 피부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라이스는 "순간 소름이 돋았을 만큼 뜻밖의 결과였다"며 "건강한 피부나 인체의 장기 일부를 주었어도 결과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파리지옥풀이 얼마나 큰 인체조직까지 소화시킬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는 했지만 다음 단계의 실험을 할 계획은 전혀 없다"며 "장난이라도 식충식물에 손가락을 넣어보는 행위는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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