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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진로’와 도산법
입력2004-01-13 00:00:00
수정
2004.01.13 00:00:00
최수문 기자
법정관리 중인 주류업체 진로㈜의 일거수일투족에 업계뿐만 아니라 경제계 전체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향후 회사운영 및 매각방식을 놓고 진로 관리인은 물론 채권자인 골드만삭스ㆍ대한전선 등이 회사정리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고 법원은 12~13일 이에 대한 심리를 시작했다.
한국의 대표 주류업체에 법정관리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진로 사건이 한국의 도산법(회사정리ㆍ파산ㆍ화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진로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골드만삭스 계열인 세나인베스트먼트. 이 회사는 전체 채권의 겨우 5%인 870억원어치를 갖고 있었다. 이는 `자본금의 10분의1 이상 채권자는 권리가 있다`는 회사정리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진로의 자본금은 736억원이다.
진로 사건은 외국계 채권자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최초의 사례다. 일부에서는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지배를 우려하기도 하지만 당시 진로측이 주장한
▲극소수의 채권자에게 지나친 권리를 주고
▲다수 채권자의 의견반영 통로가 없으며
▲한달이라는 개시 결정기간은 너무 짧다는 등의 내용은 법원에 의해 거부됐다.
지금 진로에 대해 4개나 되는 정리계획안이 제출돼 있다. 정리계획안은 관계인집회에서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데 하나가 아닌 다수의 계획안이 집회에 올려질 경우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야 할지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제까지 회사측의 계획안 외에 다른 계획안이 제출된 경우가 없었고 대개 회사와 채권자는 사전 조율을 거쳤다.
국내 회사정리법이 최초로 제정된 것은 지난 62년. 주로 미국ㆍ일본법을 모방했는데 그동안 별로 활용되지 못하다가 외환위기 때 부실기업을 처리하는 수단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질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외국계 자본이 국내에 뿌리내리면서 국가경제 운운하며 정부의 눈치나 보던 시대는 지나고 말 그대로 시장논리로만 움직이는 시대가 됐다. 골드만삭스가 채권회수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연간 1,000억원의 영업이익이 난다는 기업을 법정관리에 넣은 진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대가 바뀌면 법률도, 우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최수문 사회부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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