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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숙 지명철회 꼬인정국 풀기 '고육지책'

"국회 파행땐 주요 법안 처리 차질 우려" 판단<br>한나라 시큰둥…일부 "레임덕 가속화" 시각도


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전효숙 카드’를 포기했다. 지난 8월22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4개월여 만이며 헌재소장이 없는 4기 헌법재판부가 출범한지 70여일 만이다. 노 대통령이 전 후보자의 후보 지명을 철회한 것은 일단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전 후보자 문제로 국회가 다시 파행을 빚을 경우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한 국방 개혁안 등 주요 개혁법안과 다음달 9일까지 처리하기로 한 새해 예산안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법개혁법과 비정규직 관련 노동 3법, 노사관계 선진화법,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 국정 전반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전 후보자 문제만이라도 조기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명 철회가 노 대통령의 뜻대로 정국의 돌파구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한나라당은 이날 결정에 대해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정국의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한 계기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전날 제안한 여ㆍ야ㆍ정 정치협상회의에 대한 입장 변화 가능성에 대해 “그것은 안된다”고 일축한 뒤 이재정 통일장관 후보자와 정연주 KBS 사장 문제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효숙카드의 포기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국정운영 전반이 청와대를 배제한 채 한나라당 등 야당의 헤게모니 속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 듯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전 후보자 지명 철회가 오히려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헌재소장 임명철회를 둘러싼 일련의 힘겨루기에서 결국 백기 투항한데다 지명 철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등 야당에서 주요 법안을 쉽사리 처리해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실제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명 철회 후 내놓은 구두논평에서 “이 문제는 정치협상회의와는 별개라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이 앞으로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 다른 인사문제를 푼다 해도 법안 등 그 다음의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번 임명 동의안의 철회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전해철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문책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청와대 비서실 전반의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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