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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세계 인정의 날] 전문가 좌담

"시험·분석기관도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업체 키워야"<br>휴대폰 국내 인정땐 수백억 절감·수천명 일자리 창출 가능<br>에너지·환경등 신성장동력 분야 인정제 선점전략 필요<br>전문인력 양성-교육 인프라 확충·표준물질 확보 서둘러야

남 인 석 기술표준원 원장

조 남 규 한양대 공대 교수

정 희 선 과학수사연구소 소장

이 유 종 산업기술시험원 원장

이 창 협 제일모직 상무

제2회 세계 인정의 날을 맞아 열린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시험ㆍ분석기관의 세계적인 업체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을 기반으로 해 국가성장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제품의 시험ㆍ분석이 여전히 국내보다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비용ㆍ시간 절감 등을 위해서라도 국내 시험ㆍ분석기관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시험ㆍ분석기관은 대표적 고급 서비스 시장인 만큼 시장을 키울수록 해외로 빠져나가는 비용도 줄고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휴대폰의 국내 기관 인정으로 수백억원의 비용이 절감될 뿐더러 이 분야에만 수백, 수천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험ㆍ분석 교육의 강화, 표준물질 확보, 에너지ㆍ환경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인정방법의 선점 등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사회=한국인정기구(KOLAS)에 대해 설명해달라. ▦남인석 원장=KOLAS는 지난 1993년 처음 설립됐다. 1998년에는 아시아태평양시험기관인정협력체(APLAC), 2000년에는 국제시험기관인정협력체(ILAC)에 가입했다. 이에 따라 48개 국가의 시험성적을 상호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9월 4년마다 받는 평가를 통과해 시험 및 교정 분야 국제상호인정자격이 오는 2012년까지 유지될 수 있게 됐다. KOLAS가 인정한 공인기관은 시험기관 306개, 교정기관 195개, 검사기기관 89개, 표준물질 9개 등이다. ▦사회=학계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인정제도는 어떤가. ▦조남규 교수=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미흡한 게 현실이다. 빨간색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색의 선명도는 다 다르다. 이를 통일시켜주는 게 시험결과의 값인데 시험 값이야말로 유일한 과학적 언어다. 인정이라는 것도 시험ㆍ분석 값을 과학적 언어로 만들어 국제적으로 통용되도록 하자는 것인데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분야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인정제도의 필요성이나 중요성, 경제적 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가 떨어져서 인지 적극성이 좀 결여돼 있다. 과학기술 언어를 네트워크화하면 상당히 효과가 크다. 기술표준의 측정ㆍ규격ㆍ분석 방법을 국제회의에 제안하고 그것이 채택될 때 한국의 기업이나 산업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사회=시험ㆍ분석을 할 수 있는 인력은 풍부한가. ▦조 교수= 솔직히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시험성적만 있지 현장에서 측정에 대한 계산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교육의 인프라 확충이 매우 중요하다. ▦정희선 소장=교육 인프라 역시 열악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실무진은 교육을 받은 뒤 더 어렵다는 이야기도 한다.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스터디를 통해 알아가는 경우도 있다. ▦남 원장=정부와 관련된 곳 등 9개 기관에서 2,600명의 전문인력이 있다. 하지만 스위스의 실험ㆍ분석기관인 SGS 한 곳의 인력이 1만5,000명이다. 상당히 뒤처져 있다. 교육훈련이 굉장히 중요하다. 기술표준원에서 평가사에 대한 1박2일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전문적인 교육까지는 어렵다.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5개 분야에 일단 집중하고 있다. 연간 10억원씩 5년간 5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매년 120명씩 교육하고 있다. 맞춤형으로 해 필요한 부분을 집중 교육하는 방식이다. 4개월 코스로 5년 뒤에는 600명 정도의 인력이 공급되므로 인력난이 조금은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시험ㆍ분석 등도 고급 서비스 시장인데 이를 육성해야 하지 않겠나. ▦남 원장=옳은 말씀이다. 시험ㆍ분석시장은 엄청난 고급 서비스 시장이다. 2005년 기준 세계 시험ㆍ분석시장은 50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시장도 3조4,000억원 규모인데 능력ㆍ인프라 부족으로 2조원이 해외 기업에 빼앗기고 있다. 시험ㆍ분석시장의 삼성전자를 키워야 한다. 스위스의 SGS는 우리나라 산업기술시험원과 비교할 때 매출액 43배, 종업원 수 94배로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사회=시험ㆍ분석기관의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등 소위 녹색성장산업에 대한 국가 인정 시스템 확보도 필요한데. ▦남 원장=에너지효율,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재료ㆍ소재 등 녹색산업은 급속히 성장할 텐데, 이는 그만큼 시험역량 확보도 요구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인시험ㆍ검사기관 대부분이 일반산업에 치중돼 있다. 신수요 분야에 대한 관련 공인시험기관은 일반산업 대비 10% 정도로 선진국에 비해 시험능력이나 인력 등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선진국은 이미 지속성장ㆍ고용창출을 위해 에너지ㆍ환경ㆍ법과학ㆍ의학ㆍ정보보호 분야 등의 인정업무를 지식 서비스 산업으로 인식해 추진하고 있다. ▦사회=그렇다면 우리나라 역시 세밀한 전략을 짜야 하는 것은 아닌지. ▦남 원장=KOLAS도 에너지ㆍ환경ㆍ소프트웨어ㆍ법과학ㆍ의료 등 저탄소 녹색성장 및 신성장동력 산업의 신수요 5개 분야에서 적합성 평가 서비스의 글로벌 선도와 기업의 수출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에너지의 경우 2월에 조명산업을 새로운 녹색성장산업으로 지원하기 위해 LED 조명 제품 4종에 대한 국제공인시험기관 3곳을 인정했다. ▦사회=환경의 경우 사실상 사실상 무역장벽이 될 정도로 각국의 규제가 심하다. 환경 분야의 인정을 확대하면 국내 수출기업에도 많은 도움이 될 텐데. ▦이유종 원장=강화되는 환경규제는 단지 규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시험기관에서 테스트를 받은 뒤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막대하다. 예컨대 유럽연합(EU)처럼 중국도 중점관리대상품목은 자국 내 기관에서 시험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국가별 기준이 다른 상태에서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데 다행히 2월에 유해물질제한지침(RoHS) 6가지 규제물질의 시험방법에 대한 국제표준이 공식 발표됐다. 특히 이번 국제표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 등이 적극 참여해 국내에서 규제물질 관리에 사용되고 있는 시험방법을 국제표준에 포함하도록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사회=인정제도를 놓고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은 어떤가. 특히 화학물질 규제의 경우 남다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창협 상무=환경규제로 기업들은 새로운 무역장벽에 직면한 게 사실이다. 규제물질과 대상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RoHS 관련 6대 항목은 KOLAS로부터 자체 시험방법을 국제공인시험방법으로 국내 최초로 인정받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준 값을 정확히 알고 있는 표준물질(Reference Material)을 확보하는 것인데 쉽지 않다. 난연제 및 6가 크로뮴의 경우 국제적으로 시판되는 RM이 없어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시험방법이 제정되지 않았다. 물론 제일모직은 플라스틱 제조기술을 활용해 난연제 및 6가 크로뮴 시험용 표준물질을 자체적으로 개발, 활용해 시험방법 및 시험결과의 신뢰성 확보에 성공했다. ▦사회=법과학 분야의 인정 시스템 구축도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되고 있는가. ▦정 소장=범죄자의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률이 입법 예고돼 있다. 대상은 죄질이 무겁고 재범률이 높은 11개 유형의 범죄를 저지른 수형인과 구속 피의자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에서 모기 눈물보다 적은 양의 실종자 DNA를 확인할 수 있던 것이나 최근 10여년간 전국을 전전하며 수십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대전 발바리'의 체포가 가능했던 것도 이런 DB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수사 드라마인 CSI 수준의 DB를 갖추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대부분 선진국가의 법과학 실험실은 국가 DNA DB를 운영하기 위해 사전에 이미 'ISO 17025 및 ASCLD' 같은 국제공인화가 돼 있다. ▦사회=의학시험에 대한 인정제도가 새롭게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 소장=국제공인의학시험기관 인정이란 의료검사실의 경영조직ㆍ검사장비ㆍ검사인력 등에 대해 국제표준(ISO15189)에 따라 인정하고 관리하는 것인데 영국ㆍ미국ㆍ호주ㆍ일본 등 주요 나라 33개 국가에서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의학시험 인정제도는 의료기관의 측면에서 보면 효율적인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게 돼 검사실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 또 제3자 기관인 KOLAS를 통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으면 검사결과를 주치의와 환자에게 제공하는 아주 커다란 의미가 있다. 2010년부터는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인정신청을 받고 국제인정기구 등과 상호인정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 시장의 국제화와 개방화에 매우 필요한 조치다. ▦사회=기업 내의 시험기관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크다는 이야기인데. 해결방법은 없는지. ▦이 상무=KOLAS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규제국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인정ㆍ인증을 획득하거나 규제국에서 요구하는 특정 시험기관을 이용하는 등 이중적인 부담이 크다. 또 시험결과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표준물질인데 이용할 수 있는 표준물질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시험결과의 신뢰도에 영향을 받고 있다. 표준물질을 늘리려면 KOLAS 시험기관인정제도처럼 표준물질 생산기관 인정제도도 활성화시켜야 한다. 표준물질 생산기관이 시험기관 수준으로 활성화된다면 국가경쟁력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될 것으로 확신하다. ● 세계 인정의 날이란
국제 인정제도 홍보 위해 작년 첫 제정 난해 처음으로 전세계적으로 행사가 열린 세계 인정의 날은 올해로 2회째다. 농산물이나 공산품 등을 수출입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신뢰를 얻는 수준의 제품평가가 수반돼야 하는데 '인정(Accreditation)'은 이때 주고받는 제품평가서의 신뢰도를 상호 받아들인다는 약속이다. 이 같은 제품평가서를 작성하는 기관을 '인증기관(Certification Body)'이라고 부른다. 인증기관은 국제표준화기구가 정한 일정한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고 그 기준을 만족시킬 때 제품의 인증ㆍ시험ㆍ검사 등 관련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일련의 행위를 서로 '인정'해준다는 의미에서 인정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인정'제도의 중요성을 알리고 일반대중에게 전파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인정의 날이다. 국제시험기관인정협력체(ILACㆍInternational Laboratory Accreditation Cooperation)와 국제인정기구포럼(IAFㆍInternational Accreditation Forum)가 지난해 제정했는데 인정제도의 매년 6월9일이 공식적인 세계 인정의 날이다. ILAC와 IAF는 인정의 날 테마를 매년 선정하는데 지난해에는 첫 행사였던 만큼 '신뢰(Trust)'가 뽑혔으며 올해는 '역량(Competence)'으로 주제를 정했다. 제1회 세계 인정의 날은 5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국가 차원의 행사ㆍ세미나 및 프레스 캠페인을 개최했다. 올해는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인정기구(KOLAS)도 2008년을 국가 인정의 원년으로 정하고 인정제도의 중요성 및 위상 제고, 인정제도의 국제 동향 및 효과를 전파하는 세계 인정의 날 기념행사 및 세미나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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