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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체감경기
입력2003-01-29 00:00:00
수정
2003.01.29 00:00:00
정문재 기자
요즘 기업들은 물론 시장상인들도 `경기가 좋지 않다`고 푸념이다. 서울 마포에서 떡방앗간을 운영하는 김모씨(51)는 “요즘에는 가래떡도 안 나간다”며 “올 차례상은 아무래도 가짓수를 줄여할 것 같다”고 한숨을 지었다.
수출과 산업활동동향 등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지표는 `우리 경제가 아직은 튼실한 것`으로 나오는데 왜 일반인들은 경기가 바닥이다고들 한숨일까.
바로 지표경기과 체감경기의 차이 때문이다. 사실 체감경기와 실물경기는 서로 영향을 미친다. 우선 피부로 느끼는 경기가 좋지 않다면 기업은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 개인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면 소비를 억제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기업의 투자나 개인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전체로는 수요가 줄어들어 실물경기도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은 체감경기가 좋지 않더라도 수출, 생산 투자 등 실물경기지표가 계속 호전되면 체감경기도 따라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체감경기는 돌발적인 악재에 따라 악화되기도 하지만 경제환경이 호전되면 금새 좋아진다. 이처럼 체감경기가 단기적인 호ㆍ악재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앞으로의 실물경기가 아주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체감경기가 나빠진 것은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가능성,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소비둔화, 정보기술(IT)부문과 비IT부문간의 성장격차 확대, 교역조건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BSI와 CSI가 대표적 체감경기 지표=흔히 체감경기가 나빠진다고 할 때 사용되는 지표가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다. 흔히 시장 상인들이 막연히 “경기가 좋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을 체감경기를 파악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BSI와 CSI는 기업인, 소비자 등 경제 주체들의 경기에 대한 판단,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전반적인 경기동향을 파악하는 수단이다. BSI는 경기에 대한 기업가들의 판단, 예측 및 계획 등이 단기적인 경기변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인들의 판단이나 전망을 지수화한 것이다. 한국은행, 전경련 등이 BSI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발표한다. 반면 CSI는 앞으로의 경기 및 수입전망, 소비지출계획 등에 대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수치로 만든 것이다.
BSI와 CSI는 모두 0에서 200 사이의 값을 가진다. 지수가 100이상인 경우 경기를 좋게 보는 설문 대상자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대상자들보다 많다는 것을 뜻하는 반면 100이하인 경우는 그 반대를 나타낸다. 따라서 모든 설문대상자들이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응답한 경우에는 BSI와 CSI는 200을 기록한다.
◇체감경기는 단기적ㆍ심리적 특성이 강해=최근들어 BSI 등 체감경기지표가 악화된 데는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가능성 고조, 북한 핵 재개발,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소비위축 우려 등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오는 2월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아직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의 경제행위는 현재의 상황인식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특히 경제환경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으면 투자나 소비는 가급적 미루게 된다. 따라서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경제주체들의 불안감도 비례적으로 확대되면서 체감경기를 악화시키게 된다.
실물경기는 장기적 추세를 보이는 반면 체감경기는 단기적 성격을 갖고 있다. 보통 CSI나 BSI는 분기 또는 월 단위로 작성된다. 직전 분기나 직전 월을 비교시점으로 삼기 때문에 경기가 여전히 좋더라도 조금만 둔화되면 지표 자체는 나쁘게 나타날 수 있다.
또 체감경기는 돌발적인 재료나 정책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한은이 발표한 경기전망CSI는 지난해 3분기에는 115로 100을 훨씬 웃돌았지만 4분기에는 95로 추락했다.
이는 정부의 잇단 가계대출 억제책, 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물경기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 엇갈려=최근의 체감경기가 실물경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체감경기가 실물경기의 선행지표 성격이 강한 탓에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을 가져와 성장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전경련은 최근 기업의 투자심리가 움츠러들면서 실물경기 둔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이 끝나면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따른 임금 상승 등으로 개인 구매력이 크게 줄지 않아 소비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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