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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의 ‘충격과 공포’

한-미 반도체산업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이달 말 미국 상무부의 한국반도체 업계에 대한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시작으로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인피니온의 대(對)하이닉스 공습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이는 오랜 IT불황과 D램값 폭락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업체들이 하이닉스를 희생양으로 `생존게임`을 본격화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명분은 `공정한 경쟁`이지만, 속셈은 `하이닉스 죽이기`인 때문이다. 이들은 생트집에 가까울 정도로 하이닉스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문제삼고 있다. “경영 실패로 시장에서 퇴출돼야 마땅한 하이닉스가 정부가 주도한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살아남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출자전환은 전적으로 채권은행들의 상업적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대주주인 시티뱅크ㆍ코메르츠뱅크 등 외국계은행들도 철두철미한 데이터 제시로 이 같은 결론도출에 기여했다. 게다가 상계관세를 부과하려면 해당국가의 구체적인 산업피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하이닉스의 미국과 유럽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줄었다. 국내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로 당초 마이크론과 인피니온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낙관했었다. 그러나 이라크전쟁 발발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UN과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감행된 이라크공격에서 드러난 경제 패권주의가 하이닉스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마이크론의 손을 들어주는 순간 하이닉스는 대미수출 차질은 물론, 경영정상화에도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EU의 예비판정도 불리해질 것이다. 하이닉스는 이라크전쟁의 엉뚱한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요즘 마이크론은 예전에 하이닉스 인수협상 과정에서 확보한 각종 언론보도 자료 등을 정황증거로 내세워 미국 내에서 반(反)하이닉스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예비판정 결과에 대한 예감이 별로 좋지 않다. 이라크에서의 `충격과 공포` 작전이 하이닉스의 `충격과 공포`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무력을 앞세운 경제패권의 유지, 이것이 미국의 노림수라면 인류의 미래는 참으로 암담하다”는 노엄 촘스키의 경고가 남의 얘기 같지 않다. <문성진기자(산업부)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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