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해하는 데 제동을 걸기 위한 '중소기업형 업종 및 품목'이 민간 주도로 지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소기업 업종단체인 조합이 개별기업을 대신해 대기업을 상대로 납품단가 협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17일 관계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중소기업형 고유영역을 새로 만들고 조합에 납품단가 조정신청권을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은'대ㆍ중기 상생대책'을 마련해 관계부처 간 막바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종합대책의 초안을 청와대에 보고했으며 오는 29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및 90여개사 협력업체 대표들과의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우선 대형 유통업체들의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 진출로 불거진 대기업의 중기영역 침해를 억제하기 위해 민간 주도로 중소기업형 업종 및 품목을 지정하고 정기적인 실태조사 내용을 대외에 공표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07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지정해제 이후 영세업종으로까지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해온 대기업에 도의적인 부담을 줘 자제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논의 중인 사안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정부가 법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운 만큼 민간 자율의 상생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납품단가 현실화 대책으로는 현행 납품단가조정협의의무제의 조정신청권을 업종단체에 부여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대기업의 보복 우려 때문에 불공정거래를 당해도 조정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다. 다만 중소기업계가 줄곧 요구해온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이나 조합의 집단교섭권 인정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정부는 대ㆍ중소기업계가 참여하는 민간협의체인 '동반성장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주요 그룹별 상생협력지수를 산정, 공개하기로 했다. 상생지수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양측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대ㆍ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여부를 계량화하는 것으로 연간 한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동선 중기청장과 정준양 대ㆍ중소기업협력재단 이사장 겸 포스코 회장,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은 이날 '동반성장 조찬간담회'를 갖고 중소기업 사업 보호를 위한 업종 및 품목 제도화 등 협력방안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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