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계를 떠돌아 다니던 거대 유동인구 ‘오베족’이 사라졌다. 오베족은 온라인 게임의 상용화에 앞서 실시하는 공개테스트(오픈베타)를 즐기는 게이머들로 상당수가 유료화가 시작되면 다른 오픈베타 게임을 찾아 옮기는 형태를 반복하는 사람을 말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개테스트를 진행 중인 온라인 게임 중 인기게임으로 분류되는 게임마저도 동시접속자(동접자) 수가 3만~4만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동시접속자 3만명이 넘는 공개테스트 게임은 CJ인터넷이 서비스하는 ‘완미세계’와 위메이드의 ‘창천’ 뿐이다. 지난 해까지만 하더라도 기대작은 10만명이 넘는 동접자를 끌여들었고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게임들도 입소문만 타면 3만~5만명의 동접자를 기록하는 것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기 게임조차도 3만~4만명 수준의 동접자에 만족하고 있고 나머지 게임들은 1만~2만명을 유지하는 것도 벅차해 하고 있다. 이처럼 오베족들이 급격히 사라진 이유는 많은 게이머들을 끌어들일만한 대작 게임이 좀처럼 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던 라그나로크2는 지난 5월 공개 당시 무려 14만명에 달하는 동시접속자를 이끌어냈지만 게임 운영과정에서 게이머들의 반발을 사며 가입자가 급감해 현재는 1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2005년 온라인 게임 빅3로 꼽혔던 넥슨의 제라, 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에스파다, 웹젠의 썬이 모두 흥행에 실패한 데 이어 게이머들의 기대가 높았던 라그나로크2마저 흥행에 실패하면서 게임 업계의 흥행요소가 사라졌다. 게다가 지난 해 발생했던 리니지 명의도용 사태와 바다이야기 사건 등 사회 전반적으로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진 것도 오베족이 급감한 간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베족은 유료화 이후에는 다른 게임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게임업체들의 매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해외 수출을 위한 운영 노하우를 쌓게 해주고 전체적인 게임 홍보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높다. 게다가 공개테스트에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유료화를 단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오베족의 감소는 신규 게임 개발과 안착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의 관계자는 “올 해 온라인 게임 시장은 유난히 게이머들이 적어 많은 업체들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한빛소프트의 헬게이트런던 등 대작 게임들이 등장하는 올 해 말에서 내년 초에는 상황이 반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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