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사는 유모(48)씨는 최근 딸의 대학 등록금 납입통지서를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올해 서울 유명 사립대학 의예과에 입학한 딸의 등록금이 500만원이 넘게 나왔기 때문이다. 의대 수업료가 비싸다는 것은 어렴풋이 짐작했으나 이렇게까지 높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유씨가 받아 든 납입고지서의 명세는 입학금 83만9,000원, 등록금 419만8,000원, 학생회비 1만원, 기타 3만3,100원으로 총 508만100원이었다. 이는 올해 4인 기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353만원)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2학기에는 입학금이 빠지긴 하지만 역시 400만원 이상의 목돈을 준비해야 한다. 예과를 마치고 2년 후 본과에 진학할 때는 520만원 이상의 등록금이 기다리고 있다. 주요 대학들이 2006학년도 등록금 인상문제를 놓고 학내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1년치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아직은 의치의학과나 예체능계열에 국한되긴 하지만 이공계열이나 상경대학들의 수업료를 포함한 등록금도 400만원대를 웃돌고 있다. 지난달 초 평균 12% 인상안을 확정한 연세대학교의 경우 공학계열 신입생들에 대한 1학기 등록금은 485만4,100원, 이학계열은 438만5,100원, 상경계열은 391만9,100원, 인문사회계열은 389만6,100억원씩이 각각 부과됐다. 지난 5년간 사립대학들의 평균 등록금 인상률은 5~6%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항상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올해도 각 대학들은 6~12%의 인상률을 내걸고 학생회 측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국ㆍ공립대학들도 사정은 좀 낫긴 하지만 매년 증가추세에 있어 대학 등록금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교육당국은 앞으로도 대학들의 이 같은 등록금 인상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이 보다 우수한 교육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진다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전제하고 “다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에 나선 대학들이 학생 등록금 인상 외에는 별다른 자금원이 없다는 게 등록금 인상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및 수강료는 전체 운영수입의 74.8%이고 재단전입금은 7.7%, 국고보조금은 1.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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