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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세금의 세계화
입력1999-10-03 00:00:00
수정
1999.10.03 00:00:00
우리와는 정반대로 일본 정부는 상속세의 최고세율을 낮추겠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을 가업(家業)으로 대물림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상속세를 물고서는 아버지의 중소기업체를 아들이 물려받아 가업으로 이어 갈 수 없기 때문이다.핀란드는 60%인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외국인에 한해 35%로 낮춰주고 있다. 외국의 고급인력을 유치하자는 것이다. 이 세금우대 조치에 힘입어 핀란드는 많은 외국의 고급인력 유치에 성공했으며 하이테크 분야의 인재부족을 해소했다 한다. 이밖에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경쟁이 불붙고 있다 한다. 우수한 외국기업을 유치하자는 것이다.
이 세금인하 경쟁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가 독일과 프랑스라고 한다. 유능한 인재· 우수한 기업이 국외로 유출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유출은 당장 세수부족을 초래하고 세수부족은 복지를 파탄시킨다. 또 장기적으로는 산업기반 자체를 침하시킬 수도 있다.
조세(租稅)에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경우 소득의 재분배기능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소득이 많을수록 조세부담은 누진적으로 무거워진다.
그러나 일본· 핀랜드 그리고 유럽 각국의 예는 조세의 기능에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소득의 재분배가 아니라 소득 그 자체의 창출을 위해 조세가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의 것을 뺏아 자신의 경쟁력을 높히기 위해 조세가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며 상품·자본·기술·정보의 이동을 막아줄 국경의 보호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로 조세에도 국경의 보호가 사라지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금리나 환율처럼 조세도 국제비교의 물결을 거부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옛날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을 때 그 이유의 하나로 어떤 외국 학자는 한국의 자본도피가 다른 나라에 비해 극미했던 점을 지적했다. 애국심이 강했다는 것이다. 그 애국심이 지금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을까. 다른 나라에 비해 아무리 세금이 많더라도 유능한 인재와 우수한 기업이 묵묵히 이땅에 계속 머물러 줄까. 쉽게 떠날 수는 없겠지만 안 떠난다는 보장도 없는 것 같다.
/정태성(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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