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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소비억제 과감하게(사설)
입력1997-06-23 00:00:00
수정
1997.06.23 00:00:00
지난 주는 예년보다 빨리 온 여름으로 나라 전체가 법석을 떨었다. 삼복더위를 방불케 하는 날씨 탓이다. 에어컨 사용으로 전력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전력수요 억제책으로 가격정책을 들고 나왔다. 매년 여름만 되면 들어온 소리다.정부의 가격정책이 아니더라도 최근의 전력수요 폭증은 우려할만 하다. 전력예비율이 적정선인 10%선에서 6%대로 뚝 떨어진 것이다. 제한송전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이제 전력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행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될 시점이 됐다. 에너지 소비량은 지난 70년 2천만TOE(석유환산톤)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고도성장에 따른 수요급증으로 매 10년마다 2배 이상씩 증가했다. 95년에는 에너지 수요가 1억5천만TOE에 이르렀다.
경제성장에 대한 에너지 소비증가 비율인 「에너지소비 탄성치」는 80년대 초반에는 평균치가 0.64였다. 80년대 후반에는 1.01에 달했고 90년대 초에는 1.38을 기록했다. 그만큼 에너지 소비효율이 나빠진 것이다.
○값으로 소비억제는 구태
90년 이후 국내총생산은 연평균 7.5% 증가한 반면 에너지 소비량은 연평균 10.3%나 늘어났다. 이같은 통계치로 볼 때 한국의 경제성장은 에너지 다소비형으로 분류된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총에너지 사용량중 석유사용 비중이 85년 48·2%에서 95년에는 62.5%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주요 선진국의 석유의존도가 30∼40%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지나친 석유의존도는 에너지 안보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산유국에서 정치적 불안이 발생할 경우, 또 수송루트에서 국제분쟁이 일어날 경우 그대로 취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저소비형 산업구조 시급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는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뿐 아니라 전력·가스는 효율이 좋지 못한 공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정유나 가스산업도 진입장벽이 높다. 지난 70년대 두번에 걸친 에너지 파동의 경험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탓이다.
이웃 일본이나 대만 등의 에너지 소비효율은 우리보다 훨씬 높다. 우리정부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가격정책을 동원, 수요억제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 여름만 되면 흘러간 노래처럼 국민의 에너지 소비절약 당부와 가격정책에 의한 소비억제책이 나오곤 한다. 물론 가격을 올리게 되면 에너지 수요는 줄어든다. 그러나 단선적인 에너지 정책은 국민을 피곤하고 곤혹스럽게 만든다.
복잡한 에너지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격정책에 의한 수요억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산업자체를 에너지 저소비형 구조로 개편토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태양열·풍력 등 새로운 에너지원의 다양화,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적극적인 기술개발 투자 유인책, 원자력 정책의 강력한 추진 등이 검토돼야 한다.
○다양한 에너지개발 절실
국제수지 방어와 산업경쟁력 제고는 물론 국제기후변화 협약 등을 준수하기 위해서도 에너지 다소비형 업종은 성장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정밀기계·전자통신 등 부가가치가 높고 에너지 소비가 적은 업종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 개편이 꾸준히 유도돼야 한다. 수송 및 산업부문에서의 석유소비 절약과 연료대체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별로 복잡한 가격구조도 단순화 시켜야함은 물론이다.
방법론으로는 가정 및 산업부문의 난방용 석유와 산업용 연료를 천연가스로 전환하고 환경 친화적인 압축천연가스의 사용비중을 높여야 한다. 가스 열병합발전과 폐기물 소각열 등으로 지역냉난방 사업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업평균연비」제도의 도입으로 고연비 자동차의 개발과 보급을 확대시켜야 한다.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에너지 이용 확대와 환경오염을 억제하고, 제조단계에서 에너지 소비를 절감할 수 있는 고효율 제조설비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 간소화 및 효율화, 에너지 관리의 강화 등을 통한 공정개선이 전제가 돼야 한다.
태양 에너지나 지열 에너지·해류 등을 활용한 새로운 에너지 생산 및 관련기술 개발 촉진도 필수적이다. 에너지 이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확대하고 유인책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오는 99년으로 돼있는 석유정제업의 신규진입 자유화나 공기업 민영화 추진, 신규 에너지원의 개발, 에너지 절약형 기술개발 등의 정책은 시너지효과가 있다. 이 시너지효과를 통해 가격을 내리는 종합적인 대책도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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