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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고속철은 느긋하게

호남고속철도의 윤곽이 밝혀졌다. 건설교통부는 서울~목포를 잇는 '호남고속철 건설 기본계획안'을 마련, 지난주 공청회를 갖고 여론 수렴에 나섰다. 계획안에 따르면 호남고속철은 3단계로 나눠 추진하되 1단계는 오는 2007년 경부고속철의 분기점에서 익산까지의 구간을 먼저 건설, 2015년 마무리짓기로 했다. 2ㆍ3단계인 나머지 공사구간에 대해서는 공사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일단 기존의 호남선 철도를 개량해 활용하기로 했다. 분기점은 천안ㆍ오송ㆍ대전 등 3곳 가운데 입지여건이나 경제성 등을 고려, 내년에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고속철은 항운ㆍ해운과 함께 확충이 필요하다. 특히 해마다 늘어나는 물동량으로 고속도로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고속철 건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경부고속철이 재원조달 방법이나 노선확정 등 충분한 사전 검토작업도 없이 지난 9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논리에 의해 서둘러 착공되는 바람에 그 후유증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선진국의 '20년 준비 후 2년 사업시행'이 한국에서는 거꾸로가 된 데서 생긴 결과다. 설계변경만도 무려 232차례나 돼 만신창이가 된 경부고속철이 이제 2년 후면 서울~대구구간이 1차로 개통된다. 건교부가 호남고속철의 기본계획을 미리 내놓게 된 것은 경부고속철의 공사 진행속도를 감안하면서 지난날의 졸속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건교부의 '호남고속철 건설 기본계획안'을 보면 가장 핵심인 경부ㆍ호남고속철 분기점이 빠져 있다. 입지여건이나 경제성을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12월의 대선을 의식, 다음 정권으로 넘기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대전과 충남ㆍ충북 등 3개 시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결정을 미룬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구와 대전 역사(驛舍)의 지하화 문제를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심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사실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정책이나 사업에 정치논리와 선거 선심성 및 지역이기가 개입돼서 제대로 된 경우는 별로 없다. 경부고속철의 사업비가 천문학적으로 부풀어오르고 공사가 갈팡질팡한 것도 정치논리와 지역 비위 맞추기에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안전성에 대한 확실한 보장도 없다. 호남고속철은 경부고속철이 거울일 것이다.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다. 고속철은 안전성과 효율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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