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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기업/LG전선] 타임머신
입력1999-07-04 00:00:00
수정
1999.07.04 00:00:00
강창현 기자
한바탕 악몽이었다. 이틀동안 꼬박 밤을 세우며 60M의 지하에서 송전선로 복구작업에 매달렸던 LG전선 초고압 케이블 접속팀의 조고엽 대리.정확하게 3일전, 2005년 8월 15일. 60돌을 맞는 광복절이었다. 조대리는 쉬는 날이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놀러가는 것을 포기하고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서 유영(游泳)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컴퓨터가 꺼졌다. 『21세기에 웬 정전…』 정전으로 방안의 조명·에어컨·오디오 등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모두 기능을 잃었다. 수화기를 들었더니 전화까지 불통이다.
할 일이 없어진 조대리는 더위도 식힐 겸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회사로 자전거를 몰았다. 회사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평소 말이 없고 무뚝뚝한 김과장이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조대리를 맞는다.
서울의 서부지역과 수도권의 일부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여름철전력수요 피크를 이기지 못하고 당인리 발전소에서 송전하는 전력계통에 문제가 생긴 것.
물론 지하 전력구 송전선로 감시시스템으로 사전에 감지되긴 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인해 미처 송전용량을 늘리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송전선로인 전선과 접속부분에 문제가 생겼으니 비상 발전을 하더라도 전기를 전송할 방법이 없었다.
전기 공급이 중단되니 사람들은 더워서 난리다. 더욱이 공장의 생산라인은 멈추고, 병원의 진료기능은 마비되었으며, 교통신호 불통으로 도로는 방향을 잃은 자동차로 뒤범벅이 됐다. 더위에 익어버린 도시 전체가 정지된 것이다.
초고압 케이블 접속에 관한한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인 LG전선의 조대리와 접속팀은 「잠자는 도시」를 깨우기 위해 사고 현장으로 급파됐다. 그리고 꼬박 이틀동안 햇빛 구경을 못했다.
초고압 케이블 접속은 한 번 시작하면 접속을 마칠 때까지 중단할 수가 없는 연속작업이기도 했지만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세상을 생각하면 한 시라도 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세상을 확인한 조고엽 대리. 그의 머리 속에는 찌는 듯한 더위를 식힐 시원한 맥주 한 잔과 달콤한 수면 뿐이다./강창현 기자 CHK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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