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切齒腐心). 오는 7일 판매를 시작하는 준대형세단 '알페온(Alpheon)'에 거는 GM대우의 기대를 이보다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GM대우는 지난 2005년 '스테이츠맨'과 2008년 '베리타스' 등 고급 대형세단을 잇따라 출시했지만 결과는 쓰라린 실패만 맛봤다. 그래서일까. GM대우의 세번째 도전작 알페온에는 두 번의 실패에 대한 오랜 고민의 흔적이 묻어 있다. 먼저 과거 스테이츠맨과 베리타스가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단순히 조립만 하는 방식이었다면 알페온은 차체 설계와 파워트레인을 제외하곤 모두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개발됐다. 지난달 31일 제주도에서 만난 알페온의 첫 인상은 '중후함' 그 자체였다. 먼저 국내 준대형세단 가운데 최대 길이를 자랑하는 5m에 가까운 전장(4,995mm)은 경쟁 차종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떨어지는 폭포수를 연상해 만들었다는 전면부의 세로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리본 모양을 형상화한 측면의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육중하지만 결코 밋밋하지 않은 세련미를 뽐낸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비스듬히 누워있는 센터페시아가 한눈에 들어온다. 비행기 조종석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대시보드와 콘솔라인의 부드러운 곡선은 편안하고 안락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실내공간에 비해 크기가 작게 만들어진 계기판은 다소 답답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시동버튼을 누르고 주행을 시작했다. 가속페달을 밟고 속도를 높였지만 엔진 소리는 이내 조용히 잦아들었다. 알페온은 최첨단 '콰이어트 튜닝(Quiet Tuning)' 기술을 적용해 엔진과 외부소음을 모두 잡아냈다. 바람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사용한 두꺼운 차음 글래스와 3중 밀폐구조로 설계된 도어를 비롯해 차체 각 부위에 적용된 흡음재와 차음재는 정숙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고속주행 시에도 저속주행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차량 내부가 조용한 이유다. 실제로 알페온의 소음도는 41데시벨(dB)로 도서관의 소음(40dB)과 비슷하며 '정숙함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렉서스(42.5dB) 보다도 수치가 더 낮다. 알페온은 GM의 고급 세단 '캐딜락 CTS'에도 적용된 V6 SID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63마력에 최대토크 29.6㎏.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경쟁차종인 기아차 K7 2.7 모델(200마력/26.0㎏.m), 그랜저 2.7 모델(195마력/25.6㎏.m)을 크게 앞서며 배기량이 더 큰 그랜저 3.3모델의 259마력을 능가한다. 하지만 리터당 9.3km의 연비는 같은 양으로 10~11km를 달리는 K7과 그랜저에 비해 뒤쳐진다. 차량 충돌 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차체의 70% 이상에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 경쟁차종에 비해 약 150kg 가량 무거운 탓이기도 하다. 이 밖에 준대형세단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비좁게 느껴지는 트렁크의 수납공간도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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