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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와 경기, 그리고 주가

금리와 경기, 그리고 주가 지난 11일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콜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전일 약세를 보였던 주가지수선물시장이 장중 한 때 강세를 보인 적이 있다. 그러나 그날 금융통화운영위원회는 물가상승 압력과 환율 등 주변 변수들을 감안해 콜금리를 현행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실망한 '팔자'로 주가지수선물시장은 순식간에 약보합세까지 하락했다. 결론을 얘기하면 이번 금통위의 금리유지 결정은 합리적이었고, 향후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도 시의적절한 정책이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지난 99년 하반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취한 6번의 금리인상정책이 2000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기성장세 둔화현상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1월3일 미국 FRB 가 기습적으로 연방금리를 0.5%포인트나 인하하자, 내수 경기 성장세 둔화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투자자들이 갖게 되면서 미국증시가 급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하락의 주요인이 내수경기 침체에 있다는 점은 미국과 같지만 내수경기 침체의 근본원인이 통화정책 때문이 아닌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에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경우와 상당히 차이가 난다고 본다. 실제로, 통화당국은 대우사태 이후 시장금리안정과 풍부한 시중자금 유동성의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왔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무리가 따른다는 느낌이 들었던 때도 있을 정도로 중점을 두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9%를 넘었던 국고채 금리가 현재 5%대로 하락했는데도 주가지수는 반토막이 나있는 상황이다. 즉 소비 및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원인은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었고, 유동성이 부족하여서는 더더욱 아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서 돈이 빠져 나가고, 주가가 폭락한 원인 또한 금리나 통화정책에 그 원인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금리가 아무리 낮더라도 어느 기업이든지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는 부채상환을 위한 현금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며 설비투자를 줄여 나가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을 것이다. 개인의 경우도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 및 상대적인 임금삭감 등에 대한 불안감에 지배당하는 이상 소비나 주식투자 등을 줄이고 저축을 늘려나가려는 심리가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아무리 제2금융권에서 수신금리를 높이더라도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는 한 투자자들은 이를 외면하고 수신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우량한 은행을 문을 두드리는 것도 같은 이치다. 즉 소비경기 및 주식시장이 침체되고 제2금융권에서 자금이 유출되며, 한계기업들이 잇달아 자금부족에 직면한 총체적 위기의 원인 자체가 "시중자금 유동성"이 부족이라기보다는 "구조조정지연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에 있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이를 반영해야 할 금융시스템 자체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며, 개인 및 기관투자자들이 낮은 금리로 돈을 꿔 주식시장에 투자하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환율 및 유가상승으로 인한 물가압력이 현실화되는 시점에서의 금리인하는 일부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인 구조조정 의지의 퇴색"으로 비추어지며 오히려 중장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매우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표면적인 금리인하가 아닌 정상적인 금융시스템의 복원이며, 중장기적인 주식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유동성확대보다는 불확실성의 감소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 /金志榮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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