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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이관우 한일은행장(로터리)

사람들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으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한다고 한다. 얼마전 한·우크라이나 친선협회 창립총회에 참가했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공식행사 후 민속공연으로 행사가 마무리되었는데 그중에서 사물놀이는 단연 압권이었다.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던 우크라이나 대통령 내외마저 내내 어깻짓을 하며 가락에 맞춰 흥을 감추지 않은, 말 그대로 참가했던 모든 사람의 가슴을 흥과 신명으로 가득 채운 자리였다.사물놀이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꽹과리, 징, 북, 장구 등 네 개의 타악기만으로 연주하는 풍물놀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타악기 연주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물놀이는 자연의 소리와 사람의 혼이 만나 한데 어우러지며 풀어내는 소리라고 한다. 사물놀이 예찬론자들은 꽹과리를 천둥과 번개에, 장구를 비에, 북을 구름에, 징을 바람에 비유한다. 천둥, 번개와 비, 구름, 바람이 부딪쳐 어우러지며 토해내는 소리가 사물놀이라는 것이다. 음악은 인류 공통의 언어라는 말이 있듯이 인종도 초월하는 것 같다. 한달 전쯤 방글라데시 다타지점 오프닝 리셉션을 주재하고 일정상 태국에서 하루를 머물게 됐다. 거기서도 우연찮게 구미공단에 위치한 회사의 직원으로 구성된 사물놀이팀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물론 그 자리도 태국인과 한국인들이 하나가 된 신명나는 판이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씨만큼이나 어렵다. 「우핵비육」이라고 새의 가벼운 날개가 무거운 몸을 날게 할 수 있듯이 아무리 조그만 힘이라도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힘을 합하면 지금의 난국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물놀이 공연장에서 모두 한마음으로 어우러졌던 감동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봄날씨에 얼음 녹듯 어려운 경제가 기지개를 켜 국민 모두가 신명나는 어깻짓이 절로 날 수 있게 되기를 경제인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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