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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內憂外患

SK그룹이 내우외환에 빠져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벽두에 터진 SK그룹의 경영비리 사건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경제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대우사태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으나 SK글로벌을 제외하면 그룹사들의 재무구조가 전반적으로 양호해 수습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아직은 우세해 보인다. 대우사태 악몽 안되게 경영비리가 내우라면 영국계 헤지펀드인 크레스트 시큐리티즈의 경영권 도전은 외환이다. 내우가 부른 외환이다.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경영권 진공상태에서 터진 내우외환은 자칫하면 대우사태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SK그룹은 국내 재벌기업 중에서 유독 외국자본과 악연이 많다. 그 중 첫번째는 SK증권과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과의 다툼으로, 최태원회장의 구속사유 가운데 하나인 SK글로벌 분식회계의 원인이 되었다. 이 사건은 97년 초 SK증권이 경험도 없이 JP모건으로부터 돈을 빌어 국제외환시장에서 환투기를 했다가 크게 손실을 본 자초한 사건이다. SK증권은 사전에 투자위험을 알리지 않은 JP모건으로부터 일종의 사기를 당했다며 98년 고소를 제기했으나 모르고 당한 꼴이어서 99년에 결국 화해했고, 화해과정에서 이면계약을 통해 SK글로벌에 1,000억원의 손실을 전가시켰다는 것이 혐의의 요지다. 두 번째의 다툼인 SK텔레콤과 미국의 투기 펀드인 타이거 펀드와의 갈등은 이번 크레스트의 공세와 전개과정이 상당히 유사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타이거펀드는 92년부터 SKT의 주식을 매집해 오다가 97년 말 지분율 5.68%의 3대주주로 올라선 뒤 경영에 참여, 경영진과 사사건건 대립했다. 타이거 펀드는 99년 말 보유주식을 비싼 값에 팔고 한국에서 철수했는데 이 때 거둔 수익이 1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 크레스트의 공격은 겉으로는 `투자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경영권 장악`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사건들과는 질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 외국인 주식지분이 50%를 넘는 기업이 많다. 우량 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SKT만해도 40%가 넘는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담합을 한다면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하루 아침에 외국인의 손으로 넘어가게 돼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단기적인 수익이 더 관심인 펀드의 속성 탓이기도 하지만 직접 경영에 따른 위험부담 때문이다. 외국인이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의 경영권을 적대적 인수합병(M&A) 방법으로 차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민과 정부의 반감을 감당하며 사업을 하기란 쉽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도 기회만 온다면 언제든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 크레스트의 SK 경영권 도전이다. 크레스트가 전략적으로 SK㈜의 지분을 14.99%만 매입한 것이나, `정부의 개혁작업 지원`을 명분으로 삼은 것은 외국자본이 정부의 기업정책과 관련법의 허점까지를 꿰뚫어보며 기회를 노려왔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 같은 적대적 M&A는 경영진에게 긴장감을 갖게 하는 순기능도 있다. 그 같은 긴장이 있어야 기업들은 재무구조 및 지배구조 건전화를 통한 투명경영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나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지나친 긴장을 갖게 되면 변칙경영에 빠지게 돼 오히려 투명경영이 저해된다. 기업수사는 신중해야 SK사태가 보여주는 것은 기업에 대한 수사가 가장 치명적인 경영불안 요인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기업수사는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SK그룹의 경영비리를 수사한 검찰관계자는 공정거래법과 기업회계법에도 나름의 법정신이 있지만 검찰수사는 형법의 정신을 따랐다고 말했다. 형법의 정신이 선악의 판단에 관한 것이라면 기업활동은 선악으로 단순화 할 수 없는 복잡다기한 사회적 작용이다. 기업수사에서 형법의 잣대는 마지막에 갖다대는 것이어야 한다. <논설위원 im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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