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비정규직인 은행 텔러의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경쟁률이 최고 75대1을 기록하는가 하면 이른바 스펙이 좋은 지원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단기ㆍ임시직인 인턴에도 여전히 젊은층이 몰려 청년 구직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텔러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은행에는 40명 선발에 3,000여명이 지원했다. 경쟁률만도 약 75대1에 달한다. 현재 채용작업 중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텔러직에도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다. 100명의 계약직 창구전담 직원을 뽑을 예정인 우리은행에는 무려 3,000명이 지원했다. 200명의 텔러를 선발할 계획인 신한은행에도 6,000여명이 몰렸다. 두 은행의 경우 경쟁률만도 약 30대1에 달한다. 지원자들의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원자 스펙이 예전에 비해 높아졌다"며 "해외 유학파까지 포함돼 있는 등 텔러직이지만 정규직에 비해 인적자원 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 텔러는 지점에서 입출금과 통장신규, 공과금 수납 등의 업무를 맡는다. 계약직이어서 신분이 불안하기는 하나 연봉은 대략 2,000만원대 초중반으로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낫다. 은행에 따라서는 대우도 나쁘지 않다. 또 예전에는 대졸신입 기준으로 정규직과 최소 1,000만원 이상 급여차이가 났지만 지난해 정규직 신입행원 임금이 20% 일괄 삭감돼 차이도 수백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점이 텔러 등 계약직에 구직자가 몰리는 이유라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로 2000년 2월의 10.1%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권 인턴의 인기도 여전하다. 최근 인턴 채용을 마친 산업은행은 80명 모집에 1,386명이 지원해 17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현재 인턴을 운영하는 수출입은행은 약 6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재학생과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말 2,200명의 인턴을 뽑았던 국민은행에는 무려 9,527명이 지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계약직의 경우 일반기업에 비해 대우가 나쁘지 않은 점도 있지만 최근 취업난이 텔러와 인턴 지원자 등이 늘어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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