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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과 국제경쟁력/정갑영 연세대 교수·경제학(특별기고)
입력1997-06-04 00:00:00
수정
1997.06.04 00:00:00
정갑영 기자
낙후된 금융산업을 개혁하겠다고 출발한 금융개혁위원회가 최종 보고서를 내놓았다. 임기 말의 짧은 기간에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냉소적 기대를 과감히 떨쳐 버리고 상당히 많은 부문을 개혁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관치금융의 전근대적 행태가 만연된 금융산업이 불과 수개월의 작업으로 얼마나 개혁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 남는다.○현안 상당부분 처리
그러나 당초의 일반적 기대와는 다르게 금융계의 「뜨거운 감자」들을 과감히 받아들인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인위적인 업무영역의 범위를 확대하고, 원활한 진입과 퇴출의 길을 만들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높였으며, 감독기능의 효율화를 담은 내용들이 바로 그것이다. 세목만 봐도 오랫동안 금융계의 현안으로 상정되었던 굵직굵직한 과제들이다. 이것이 비록 「단기에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금개위에 대한 당초의 주문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금융산업의 중장기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 임에 틀림없다.
금개위의 토론과정에서는 해묵은 중앙은행과 감독기능의 논쟁이 가열되기도 했으며, 은행에 대한 소유지분의 확대를 놓고 마찰을 빚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금개위가 제시한 내용이 실현되기까지 에는 앞으로도 험난한 노정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얼마전 노사개혁위원회의 개혁안과 실제 법률안이 큰 차이가 있어서 홍역을 치렀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의구심은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번 금개위가 제시한 내용은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어떤 금융개혁안보다도 가장 바람직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개혁의 핵심인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과 감독기관의 독립성 및 신용제도의 건전성 확보가 개혁안에 적절히 반영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시장규율과 기반구축이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러한 개혁없이는 우리의 금융산업이 관치금융의 폐해에서 비롯된 후진성을 극복할 수 없으며, 글로벌 경쟁에서 낙후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태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겹업·경쟁 확대돼야
특히 금융통화위원회를 실질적인 최고의결기구로 격상시켜 정책의 중립성과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여 신용제도의 건전성을 확립시킬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의지가 가장 눈에 띈다. 또한 통합된 금융감독기구를 총리실 산하에 둠으로써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재경원에 집중된 정책기능과 한은의 감독권한을 분산시켜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여겨진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개편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에 얽혀 실현되지 못했던 난제들을 대부분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용한 셈이다.
그러나 신설되는 금융감독기구가 어떤 위상으로 자리잡고 감독의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느냐가 아직도 분명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감독기구의 비대화는 제2의 재무부와 같은 부서를 출현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된다면 과연 관치의 병폐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인가. 감독기구는 가급적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둘 수 있어야 하고, 분산된 기구를 통해서 견제와 균형이 유지되어야만 한다.
○정부의지 필요한때
또한 은행의 소유지분과 업무영역의 자유화도 아직 진부한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소유지분의 엄격한 규제보다는 실질적으로 은행을 지배하는 형태를 선진화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여겨진다. 겸업과 시장경쟁도 더 확대되어야만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완벽한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에서 완전한 개선안을 기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의 낙후가 여타 산업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금융개혁은 가장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기왕에 많은 토론과 의견을 수렴하여 작성된 이번 안이 실제 입법과정에서 크게 변질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앞으로 남은 과제는 개혁안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부분을 입법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의 혁신적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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