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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제조업체 S4디자인그룹의 청음실을 들어선 순간 기자는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핸드폰 크기로 축소한 ‘와트퍼피’ 모양의 스피커에서 분출하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미니어처 스피커에는 명품 ‘마크레빈슨’의 미니어처 앰프가 물려 있었는데 해상도가 웬만한 하이파이급 못지 않았다. S4디자인그룹이 미니어처 스피커를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 2005년초. 모 동호회에서 갤러리를 빌려 디자인이 예쁜 오디오기기 전시회를 열었다. 손희수 S4디자인그룹 사장은 이 전시회에 협찬해 줄 작품을 궁리하다가 작으면서도 효율이 높은 스피커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1주일 동안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와트퍼피 미니어처 스피커는 오리지널 모델을 복제한 제품 옆에 전시돼 있었는데 관람객들은 이 제품이 장난감인 줄 알고 무심히 지나쳤다. 전시가 끝날 무렵 2~3시간 동안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틀자 고객들은 그 소리에 놀라 까무러치고 말았다. 행사가 끝나고 ‘그 스피커를 구입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쇄도했음은 물론이다. 한 조에 2,500만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 스피커 와트퍼피를 갖고 싶어 안달이던 오디오 파일들은 앙징 맞은 미니어처에 홀려 다시 한번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이 같은 반응에 고무된 S4디자인그룹이 ‘다음’에 ‘와트퍼피 주니어 카페’를 개설하자 1주일 사이에 가입자 700명이 몰려들었고, 채 2주가 되지 않아 500조나 팔려나갔다. 17만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물량이었다. 와트퍼피 미니어처에 반한 오디오파일들은 ‘틸’이나 ‘골드문트’스피커의 미니어처도 개발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비슷한 사이즈의 앰프를 개발해달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S4디자인그룹은 마크레빈슨 미니어처 앰프의 개발에 돌입했다. 사이즈는 장난감 만 해도 출력은 웬만한 홈씨어터의 두 배가 넘는 250W나 됐다. 앰프는 MP3, CD플레이어, 노트북 같은 음원만 있으면 증폭이 가능하다. 현재 S4디자인그룹이 판매하고 있는 미니어처 모델은 와트퍼피, 틸, 골드문트 3종과 마크 레빈슨 앰프 1종. 가격은 스피커가 17만원에 앰프가 36만5,000원 선이다. 제품 디자인은 마석에 있는 S4디자인 그룹 본사에서 하고 있지만 생산은 중국 공장에서 하고 있다. 손사장은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복제품이 나올 위험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복제할 수 있는 제품 같으면 중국에서 벌써 나왔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우리만 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중국이 모방에 나선다고 해도 최소한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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