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좋게 평가하는 건 좋지만 어딘지 모르게 씁쓸하네요."(기획재정부 A국장) 3일 서울 하얏트호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위기 이후 한국경제'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열었다. 4일 이코노미스트지가 개최할 '대한민국정부 비즈니즈 라운드테이블' 행사의 예고편 성격이었다. 이날 연사로 나선 찰스 고다드 이코노미스트 아태지역 책임편집장은 한국경제의 빠른 회복세에 경의를 표했다. 고다드 편집장은 "정부의 발 빠른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내 한국경제가 V자형 회복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내년에 4%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재정부 고위관료들은 예상 외로 씁쓸해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미 우리 언론에 다 나온 내용 아니냐"면서 "새로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다른 공무원은 "좋은 게 좋다지만 왠지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 초, 이들의 부정적 보도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당시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FT)를 위시한 영국 언론들은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 보도들을 잇따라 쏟아냈다. 이른바 '도미노 이론'을 내세우며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최근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목격하는데 한국이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고 꼬집었다. 그들은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우리 설명에 악의를 갖고 귀담아듣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까지 비판했다. 올 초 한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채무 비율이 너무 높다며 외환위기 위험에 취약하다는 보도도 빼놓지 않았다. 결국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직접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본사를 찾아 한국경제에 대한 설명에 나섰을 정도였다. 재정부 관계자는 "그들로서는 제일 만만한 게 한국"이라며 "후진국은 아예 반응이 없으니 기삿거리가 안 되고 여전히 외국자본에 대한 불신이 남았으면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고 있는 한국이 그들의 기삿거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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