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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아나바다와 소비살리기

09/15(화) 22:23 李建榮(전 건설부차관) 우리 아이가 나에게 붙여준 별명이 미스터 솔트다. 말하자면 짠돌이라는 것이다. 내가 이런 별명을 얻은 것은 영국의 런던대학에 초청연구원으로 있을 때다. 당시 나는 국토개발연구원에서 안식년을 얻어 런던에 가 있었다. 연구원에에서의 재정지원이 외국생활에 넉넉할 리 없었다. 물론 유학생보다야 낫겠지만 물가 비싼 영국생활은 여러모로 절약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다. 부족한 것 모르고 크던 아이녀석이 쪼들리는 영국생활이 싫었던지 아빠에게 이런 별명을 지어 주었다. 나는 그 별명이 별로 싫지는 않다. 내가 본 영국인들은 모두 미스터 솔트다. 점심을 먹고 서로 동전을 꺼내 계산하고, 집에서는 항상 두터운 스웨터를 입고 견딜만큼만 난방을 하는 영국인들. 동네수퍼에 가기보다 일주일마다 열리는 길거리의 노점시장을 더 선호하는 주부들. 휘발유 적게 드는 작은 수동식 자동차를 고집하고 오일 체인지는 몸소하는 영국사람들. 노교수의 서류가방은 반들반들할 정도로 손때에 절어 있다. 그야말로‘가난한 부자’들의 모습이다. 나도 영국에 사는 동안「절약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부트세일이라 부르는 벼룩시장을 찾아다니며 중고품을 사서 쓰고, 골프공도 낡아서 반질반질해 질 때까지 쓰고, 물탱크의 물은 샤워할만큼만 덥힐 줄도 알게 되었다. 영국에서 돌아와 보니 새삼 우리의 소비수준이 놀라웠다. 압구정동이 리전트 스트리트보다 더 화려해 보였다. 사회전체가 풍성풍성 쓰다 버리고 외제 고급품이 우리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과소비가 IMF망령을 불러온 주범인 것이다. 영국에서 동전 아껴쓰던 생활이 아득하였다. 외환위기를 맞아 금붙이를 털어내면서 퍼진 것이「아나바다」운동이다. 차츰 영국식의 검소한 생활패턴이 정착되는가 했다. 당연히 국내소비가 줄어들었다. 이렇게 소비가 얼어붙자 이번에는 다시「소비살리기」를 한단다. 내수가 얼어붙어서 공장이 돌지 않고 따라서 디프레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나바다」를 외친 것이 언제인데. 외국에서 오는 교포들은 외신만 보고 지금 우리경제가 엄청 심각한 줄 알았다가 백화점에 가 보고는 깜짝 놀란다고 한다. 사실 강남의 어딘가에는 불황의 그림자도 없는 소비과열지대다. 베브렌이 말했던가, 유한계급은 항상 과시성 소비를 하게 마련이라고. 경제가 어떻든 유한계급은 있게 마련이다. 「아나바다」가 정착되는가 했는데 이제는 경기진작용 소비를 해야 할 모양이다. 그래도 나는「솔트」시절이 그립다. 절제된 소비만을 나는 미덕이라 하고 싶다. <<'남/자/의/향/기'(19일) 무/료/관/람 일간스포츠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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