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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중간관리자 부족 심각

◎경제 급속성장으로 고급인력 수요 폭발/대학 신증설 확대등 불구 300만명 모자라저녁 7시30분 싱가포르의 순탁지역. 많은 빌딩들이 텅비어있지만 유독 6층 건물인 작은 학교 하나가 불을 밝히고 있다. 이 학교는 통신대학처럼 MBA과정을 가르치는 곳으로 저녁마다 30∼40대 학생들로 북적된다. 중국계인 3명의 여성과 2명의 남성, 1명의 인도인 등으로 구성된 한 반에서 학생들은 미 미시건주 앤드류대학이 제공하는 MBA코스의 잇점을 전하는 탤리 탄씨의 설명을 듣다말고 갖가지 질문공세를 퍼붇는다. 이같은 모습은 최근 아시아지역 기업들의 인력난, 특히 중간 관리자의 인력난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예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대만 등 동남아시아 7개국과 중국내 기업들은 정부의 강력한 교육정책에도 불구하고 관리자 인력확보에 고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이에 따라 확대된 기업들의 인력수요를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급인력난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은 고육지책으로 대학졸업생수를 늘리는 뒤늦은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들 나라의 경우 특히 기업들이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중국공장에 배치할 관리자를 자국내에서 모집, 파견하고 있어 인력난 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토니 탄 부총리는 『오는 2000년부터 연간대학 졸업생을 현재보다 7천명 더 배출토록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현재 대졸생 숫자가 9천명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두배에 달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관련법을 개정할 계획이며 페트로나스 등 대기업의 훈련센터를 일반대학으로 개편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또 기업들은 대부분 기술계통인 이들 졸업생을 수년간 근무시킨 뒤 MBA과정 등을 통해 관리자로 양성하는 새로운 인사관리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리자 부족난을 만족할 만큼 해소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동남아 현지의 외국기업관계자들은 적어도 이들 국가가 현재보다 3백만명이상의 관리자가 가져야만 경제가 선진국수준으로 올라갈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현재 채용되어 있는 관리자수의 거의 두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재 태국등 7개국의 관리자비율은 현재 전체 근로자들의 3.8%에 그치고 있으며 중국은 이보다 훨씬 떨어진다. 호주, 캐나다, 일본, 한국, 멕시코, 뉴질랜드, 미국 등 태평양연안국은 8.9%로 탄탄한 관리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관리자부족은 이들 지역의 현지기업들이 사업을 확대하거나, 다국적 기업이 현지화전략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미국 전자업체인 MPM사의 봅 스티븐슨 이사는 싱가포르에 MPM 아시아본부를 운영할 관리책임자를 찾느라고 이 곳에서 1년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적당한 인물을 구하지 못해 자신이 이 자리를 맡기로 했다. 코닥 중국법인의 봅 마치 인사담당 책임자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코닥은 중국 현지인을 몇몇 관리직에 채용했는데 이것은 임시조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그는『우리는 홍콩이나 대만에 있는 코닥 법인으로부터 사람을 구해 배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필요한 숫자를 채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닥의 경우 중국에서 현지화를 완성하는데는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지역 기업의 구인난은 직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콘·페리 엔터네셔널사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채용하고 싶어하는 경영자중 은행내 관리자, 금융중개인이 전체의 25%를 차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일반산업 관련(18%), 정보통신관련(17%) 순이었다. 이같은 경향은 물론 급여수준에도 영향을 미친다. 싱가포르의 경우 금융과 서비스업 경영자의 월평균 급여가 8천2백42싱가포르달러로 5천9백40싱가포르달러를 받는 제조업 경영자와 5천7백71달러를 받는 정보통신과 운수업 경영자보다 훨등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력난 부족속에 희소성의 가치를 만끽하는 계층인 셈이다.<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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