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전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한 직후인 지난달 16일. 삼성자산운용의 머니마켓펀드(MMF) 계좌에는 하루 만에 8,300여억원이 몰렸다. 은행들이 각종 예금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면서 개인과 법인 구별할 것 없이 투자자들이 자금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MMF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금리 1%대 시대가 열린 지 한 달여가 가까워져 오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MMF나 CMA 등 단기금융상품에 돈을 묶어 놓은 채 마땅한 투자처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김재하 KDB대우증권 WMCLASS 잠실센터장은 "투자할 돈은 있는데 투자할 만한 곳이 없다는 고객이 많다"며 "슈퍼 리치(고액자산가)들 역시 가진 자금의 절반 가까이 수시 자금으로 묶어 두고 투자처를 찾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의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감수해야 할 위험(리스크)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고금리 시대보다 적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1% 시대의 투자는 결국 '금리+알파(α)'에서 'α'를 어떻게 키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상품은 '절세형 펀드'다. 세금을 줄임으로써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절세형 펀드는 연금저축계좌(펀드), 퇴직연금펀드,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 재형저축펀드 등이다. 지난해까지 연금저축에 대해서만 4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퇴직연금펀드도 300만원까지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소장펀드 역시 연말 정산 시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간 600만원 한도까지 납입이 가능하고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이들 절세 펀드들은 대부분 견실한 수익률을 내고 있다. 연금저축펀드는 상품마다 수익률의 차이가 있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상품의 절반 이상이 금리 이상인 연 3.5%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으며 소장펀드 역시 설정된 지 1년이 지난 펀드의 경우 평균 6%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소장펀드 가운데 지난해 출시된 '동양중소형고배당장기소득공제자'는 지난 1년간 수익률이 19.49%에 달했고 '키움코어밸류장기소득공제전환자', '한국투자네비게이터소득공제전환자' 펀드도 15%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금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은 한계다. 당장 소장펀드의 경우 올해 말까지로 기한이 주어졌고 연간 급여액이 5,000만원 이하인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투자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해 자산배분전략을 짜야 한다.
주식시장이 여전히 혼란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주로 추천한다. 저금리 시대 은행의 정기예금을 대체할 상품으로 안정적인 배당을 지급하는 배당주는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최근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되는 기업 중 지난해 배당금이 공시된 151개 기업의 배당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83개 기업의 배당금 지급액이 전년보다 증가됐다. 여기에 정부의 배당확대정책으로 향후 기업의 배당 성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배당주 펀드는 장기투자 상품으로도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중위험 배당주 펀드인 '삼성 배당주장기30증권투자신탁제1호'의 경우 최근 1년 수익률은 2.84%지만 설정 후 수익률은 57%가 넘는다. 김정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배당확대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초 이후 배당주펀드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코스닥 시장 강세로 중소형 배당주 펀드의 성과도 우수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주 펀드도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는 지난해와 같이 대형 기업공개(IPO)는 적지만 중대형 기업의 IPO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운용되는 76개 공모주 관련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채혼]종류A' 펀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펀드 자금도 계속 유입되고 있어 올해 총 6,400여억원이 순유입됐다.
분산투자 효과에 비용 절감… ETF도 투자 대안 박성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