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는 향후 우리나라가 추진할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마다 발목을 잡으며 난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개성산 제품의 한국산 인정은 ‘역외가공’을 인정받는 특수한 경우로 FTA 상대국에 예외적 상황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들어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한 나라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아이슬란드ㆍ리히텐슈타인ㆍ노르웨이ㆍ스위스 4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이다. 이들 FTA에서는 개성산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았다. 개성공단의 한국산 인정이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나라들이었지만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협상은 쉽지 않았다”고 고충을 전했다. 다음달 상품협상의 타결을 기대하고 있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이 막판에 개성산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를 놓고 튕기고 있는데다 우리나라와 무역규모가 큰 미국ㆍ일본ㆍ캐나다 등도 초기부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오히려 ‘개성공단의 한국산 인정’이라는 우리 측 특수과제를 최대한 활용해 FTA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 인도, 남미공동시장(MERCOSURㆍ메르코수르) 등과 FTA 체결을 목표로 사전 단계인 공동연구가 민간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ㆍ인도 등 신흥공업국들이 개성산 제품을 한국산으로 쉽사리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남북경협과 개성공단의 성공을 위해서는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이 중요함을 잘 알고 있지만 FTA 상대국이 이 같은 사정을 역이용하고 있어 실무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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