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에서 35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를 신축중인 모 시행사는 지난해 11월 주상복합 재개발 예정부지 가운데 90% 이상을 매입, 울산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그런데 당초 땅을 팔기로 했던 일부 상가건물 주인들이 건물을 팔지 않겠다고 완강히 버티는 바람에 약속했던 땅값의 5~6배 이상을 지불해야만 했다. 이 시행사 관계자는 “은행 이자는 눈덩이처럼 쌓여만 가고 이들 지주 때문에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평당 500만원 수준인 상가건물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평당 3,000만~4,000만원에 사들였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울산지역에 아파트신축을 위한 ‘소규모 지구단위 재개발’ 사업 열풍이 몰아치면서 이에 편승한 일부 지주들의 사실상 ‘알박기’식 행태가 만연되고 있다. 이들 지주는 재개발예정지구내 지주들의 100% 동의가 없으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는 점을 악용, 적정 시세보다 터무니 없는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시행사들은 아파트 분양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는데다 과도한 현금 보상지출로 사업 자체가 아예 멍들고 있는 실정이다. 남구 신정동 롯데마트 인근의 주상복합아파트 시행사인 A사의 경우 해당 재개발부지 가운데 한 상가 건물 소유주가 매입 가격으로 평당 3,000만원을 요구, 결국 이 건물 주인에게 무려 100억원이 넘는 돈을 주어야만 했다. A사 관계자는 “시에서 해당 건물을 포함시키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평당 500만원 하는 땅값이 이처럼 부풀려 졌다”며 “사업 시행을 위해 은행에서 빌린 돈이 무서워 건물주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울주군 범서읍에 1,000여가구의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B사도 이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아파트 예정부지 3만6,000여평 가운데 95%를 소유하고 있는 지주들과 매매계약을 체결, 토지사용 승낙서를 받아 교통영향평가를 마무리한 뒤 현재 사업허가 신청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매매계약을 체결했던 일부 지주들이 지난해 7월 계약금을 받기 하루 전 230평을 다른 사람들에게 팔았고, 매수자들은 이 땅을 회사측이 매입하지 않으면 아파트 건설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 시행사측에 시세의 6~7배가 넘는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개발이 추진되는 곳이면 어디서나 이 같은 알박기 행태 때문에 사업 시행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알박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현실을 감안, 실효성 있는 법적 규제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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