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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소재업체인 SSCP를 운영하는 오정현 사장은 지난해 12월 직원들에게 자신을 비롯해 임원들의 임금을 자진해서 삭감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례없는 경제위기를 맞아 사소한 비용이라도 줄이라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는 터에 경영진부터 고통을 분담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SCP는 오 사장의 뜻에 따라 대표이사와 부사장을 비롯한 7명의 임원진 모두가 평상시보다 임금을 10~20% 줄여서 받고 있다. 여기서 절감된 비용은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는 등 복지후생에 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진의 임금삭감은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무기한 유지될 것"이라며 "직원들이 고정비 절약운동을 벌이는 등 불황타개에 동참하는 만큼 경영진도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CEO들이 불황을 맞아 자진해서 임금을 삭감하고 보유주식까지 내다파는 '아름다운 책임경영'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신규고용 창출이나 고용유지를 위해 직원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CEO가 직접 임금을 줄이거나 임금상승분을 자진반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회사가 어려울수록 지도층이 먼저 솔손수범하고 자기희생에 나서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이다. 경상남도에 위치한 한 장비제조업체의 K사장 역시 최근 자발적으로 임금의 절반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경기한파를 맞아 책임있는 경영자세를 보이는 동시에 직원들의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CEO가 먼저 나서자 모든 임원들도 뒤따라 10~50%씩 임금을 줄여 받겠다고 뜻을 모으고 나섰다. 일반 직원들도 임금을 반납하겠다고 나섰지만 사기 진작 및 동기부여를 위해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한다. 이 회사는 임원진들의 한마음 덕택에 최근 17명의 신입사원을 새로 뽑을 수 있었다. CEO가 앞장서 '잡 셰어링'운동을 펼친 셈이다. DVR제조업체인 아구스의 조덕상 사장은 최근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약 12만 주에 이르는 자사주를 매각하기도 했다. 지난 해 KIKO 손실 등으로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영업이익 등 회사 수익이 늘어난 과정에서 무엇보다 직원들의 공이 컸다는 판단에서다. 중소기업계는 이같은 CEO들의 책임경영을 보다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13개 중소기업단체장들은 지난 17일 잡셰어링을 위해 자발적으로 임금을 삭감하겠다며 결의대회까지 열고 후속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단체장들의 결의 이후 각 단체가 활발하게 켐페인을 준비하는 등 CEO들의 임금삭감 등 책임경영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며 "향후 열리는 중기중앙회 정기총회에서도 책임경영이 핵심화두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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