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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금융상품 다시 도마에
입력2002-02-07 00:00:00
수정
2002.02.07 00:00:00
美 올퍼스트 파이낸셜 7,500만달러 금융사기엔론 파문과 함께 아일랜드계 미국 은행의 금융사기 사건을 계기로 국제 금융시장의 파생금융상품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아일랜드 최대 은행인 얼라이드 아이리시은행(AIB)의 미국 볼티모어 자회사 올퍼스트 파이낸셜의 외환 트레이더 존 러스나크가 저지른 금융사기 금액 7억 5,000만 달러는 역대 금융사기 사건 중 6번째 규모지만 개인이 일으킨 사건으로는 베어링스의 닉 리슨에 이어 두번째 규모다.
특히 이번 사건은 엔론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 엔론은 금융 자회사가 파생금융상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거액의 손실을 위장하는 과정에서 회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받고 있다.
◆ 은행 관리시스템에 구멍 미 연방수사국(FBI)의 추적을 받고 있는 러스나크는 미 달러화와 일본 엔화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7억 달러 이상의 환 옵션 거래를 하다가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막지 못해 사기가 드러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환 트레이더는 현물 또는 선물 거래에서 일정량의 현금(외환)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담보로 파생금융상품을 거래함으로써 손실을 보전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나 러스나크는 파생금융상품 거래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았으며, 아일랜드의 본사에서도 미국 자회사의 사기 거래를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AIB의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버클리는 "루스나크가 외부의 인물과 공모했거나 내부의 고위 경영층과 짜고 이번 일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기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역시 한 사람이 수 억 달러의 금융사기를 저지르기는 어렵다고 판단, 공모 여부를 조사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공모 여부 사실을 떠나 이번 사건은 은행의 관리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음을 반증하는 사건이라는 게 뉴욕 월가의 반응이다.
◆ 부실회계에 이어 설상가상
뉴욕 월가에서는 이번 사건이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엔론 사태로 재무구조가 부실하거나 부실회계 의혹을 사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는데, 이번 사건은
관리시스템의 부실이라는 악재를 추가로 보태는 등 설상가상의 국면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
특히 이번 사건은 은행 관리시스템에 대한 우려 증폭은 물론 엔론 사태로 불거진 금융시스템의 신뢰 문제를 재차 들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부실회계와 금융기관의 관리시스템 부실이 문제가 되자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은 평가 대상 기업들에 대한 정보 요구를 확대하는 등 신용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잇따른 회계 조작 및 금융 사기 사건을 계기로 800개 회원사에 이메일을 보내 ▲ 파생금융상품 계약 실적 ▲ 제3자 거래 계약 ▲ 은행 신용 한도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두 신용평가 기관은 또 지금보다 신속하게 신용등급을 조정,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과거에 자료 수집 후 90일 걸리던 신용등급 조정기간이 지난 4 ㆍ4분기에는 38일로 줄어들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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