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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도 국회라 할 수 있나
입력2004-02-10 00:00:00
수정
2004.02.10 00:00:00
권홍우 기자
16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로 역사에 남을 일을 또 하나 추가했다. 9일 국회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국민들은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할 일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만 골라서 하는 `청개구리 국회`였다. 이럴 바엔 차라리 국회의 문을 닫으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국회는 한ㆍ칠레 FTA 비준안과 이라크 추가파병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공언을 지키지 않았다. FTA비준안의 처리는 세번째 무산됐고, 파병동의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했다. 더욱이 개탄스러운 것은 비리혐의로 구속된 서청원 의원 석방동의안을 처리해 제 식구 감싸기에는 귀신 같은 솜씨를 보였고, 10일 열린 법사위 대선자금 청문회에선 의정추태의 대명사인 점거농성이 재연됐다.
특히 국회가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또다시 무산시킨 것은 이만저만한 타격이 아니다. 칠레에 결례인 동시에 국제적으로도 큰 망신이다.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70%에 이르는 나라가 국제무역에서 외톨이가 되면 그 결과는 뻔하다. 국제신인도의 타격은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악영향이 실로 막대하다. 앞으로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후유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국회는 이런 결과를 초래한 데 대해 국민과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
명색이 여당이라는 열린우리당이 이라크 추가 파병안의 국회 통과를 연기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전형적인 감탄고토(甘呑苦吐)식 발상이다. `새 정치`를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국리민복 보다는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구태정치를 벗지 못하고 있다. `권고적 당론`이란 형식으로 반대키로 한 민주당이나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면서도 눈치 보기로 일관한 한나라당 역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 같은 정치권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국민이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국익보다 사익을 먼저 챙기는 의원, 국가보다 당을 먼저 생각하는 정당들이 그대로 존속된다면 한국의 장래는 암담하다. 국민들은 오는 4월 총선에서 무능하고 소신없는 의원들을 솎아냄으로써 그 책임을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
국회는 비상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남은 임시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당면한 현안을 처리하고 국가적 혼란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만이 정치권이 국민과 역사 앞에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는 길이다. 정부와 청와대도 더욱 더 적극적으로 의원들에 대한 설득노력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의 잘못이 워낙 큰 탓에 정부와 청와대의 무능이 가려졌다 뿐이지 실상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그들의 책임도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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