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하오는 백에게 빵때림을 허용했다. 검토실의 고수들은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특히 조훈현은 실소를 연발했다. “허어 참. 저러고도 바둑을 이길 생각을 하다니. 허어 참.” 흑31, 33으로 좌하귀의 임자가 바뀌었고 백34, 36으로 하변의 백은 큼직하게 살아버렸다. 조훈현은 참고도1의 흑1이하 5가 정상적인 흑의 갈길이었다고 했다. 이것으로 흑이 다소 앞서는 바둑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창하오는 왜 그렇게 두지 않았던 것일까. 복기때 창하오는 참고도2의 백1 이하 5를 제시하며 이렇게 되면 흑의 하변이 도로 지워지므로 아주 곤란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물론 그런 뒷맛이 남는 게 사실이지. 하지만 백이 당장 그렇게 살아 버릴 수는 없어. 흑의 중원 세력이 걷잡을 수 없이 부풀 테니까. 뒷맛이 무서워서 빵때림을 주었다는 건 애당초 말이 안돼요. 창하오의 기본적인 행마 감각에 문제가 있다고 봐요.” 조훈현은 서슴지 않고 창하오를 비판했다. “빵때림을 얻어내서는 편해졌다고 봤어요.” 이창호의 국후담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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