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금융감독원은 이번주까지 은행별로 자구계획안을 받을 계획이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분석해봤을 때 은행의 7,700개 점포 중 11% 정도에서 적자가 난다"며 "26일까지 은행별로 어떻게 할지 안을 내라고 했는데 안 낸 곳도 있어 이번주까지는 다 제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점포 5개 중 한 곳이 적자다.
금감원의 공식 입장은 실제 자구계획은 은행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은행의 영업전략이 있기 때문에 적자가 난다고 해서 모두 없애라는 뜻은 아니라는 얘기다. 각종 화장품ㆍ옷가게가 임대료가 비싼 명동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홍보효과와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은행도 중장기적으로 봐서 이익을 낼 수 있거나 은행의 영업망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곳이라면 적자라도 지점을 유지해도 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은행별로 영업계획과 전략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적자점포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은행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은행이 낸 안을 보고 잘 돼 있는 곳은 그냥 넘어가겠지만 문제가 많은 곳은 다시 제출하라고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당국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적자점포를 없애는 데 따른 남는 인력은 자르는 게 아니라 그동안 외부에 용역을 줬던 업무, 상담이나 텔레마케팅으로 돌리면 될 것"이라며 "대면접촉하는 인원을 추가로 늘려 영업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말은 '대외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감독당국에서 대놓고 사람을 자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말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정권 초인 상황에서 금감원도 겉으로는 사람을 줄이라고는 절대로 할 수 없다"며 "금융사도 이런 부분은 잘 알고 있지만 정작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력 구조조정을 같이 해야 하는데 중요한 수단은 뺄 수밖에 없어서 고민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당국 내부에서는 은행과 2금융권은 오버뱅킹 이슈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은 오버뱅킹이 심각하고 이를 줄여나가야 하지만 2금융권, 그중에서도 상호금융권은 상황이 좀 다르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은행의 시각으로 2금융권을 보면 안 된다"며 "제대로 된 관계형 금융을 하기 위해서는 상호금융사들은 적지 않은 점포망과 인력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체국금융은 상황이 좀 다른데 지방의 읍면에 가면 시중은행은 찾기가 불가능하고 기껏해야 농업협동조합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우체국금융은 기존의 우체국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국에 다 있다. 전방 군부대나 도서지역 같은 격오지에서 금융역할을 해주고 있어 다른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상호금융은 위치가 중요하다"며 "신협 같은 곳은 점포망 배치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사례가 많은데 점포 배치가 적절한지를 따져 이를 재배치하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체국금융은 금융소외지를 메워주는 임무를 충실히 하고 있다"며 "점포망 배치가 왜 중요한지는 우체국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