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값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1달러당 90엔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가며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에 정부는 물론 산업ㆍ금융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은 달러당 90.56엔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90.18엔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1,352원95전으로 전거래일보다 12원82전 올랐다. 엔화강세는 수출보다 내수에 주력하겠다고 공언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부 출범과 달러화 약세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에서는 이미 1달러당 80엔대 환율시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미국의 재정적자폭 심화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데다 최근 일본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수출 주도의 일본 경제를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운 것도 크게 일조했다"고 전했다. 엔고는 한국경제에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엔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엔화표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해지며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도 엔화 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나가하마 도시히로(永浜利廣)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가치가 달러당 10엔씩 올라가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1년차에는 0.26%, 2년차에는 0.47% 하락할 것"이라며 "수입가격 인하 효과도 있지만 일본 수출기업의 타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엔고현상으로 우리 경제에는 일본시장 진출 확대, 대일 무역적자 감소, 일본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 등 긍정적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까지 대일 무역적자는 17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32억달러)보다 26%나 감소했으며 외국인직접투자(FDI)도 급증했다.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는 올해 상반기에만도 11억7,8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2.6%나 늘었다. 하지만 문제는 엔고의 긍정적인 면이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으로부터 부품소재 등 중간재 수입이 많은 무역구조 특성으로 볼 때 경기회복기에는 엔고가 오히려 무역수지 악화의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다 엔화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의 경우 엔고는 키코 악몽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은행권의 권유 등으로 엔화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체와 자영업자들은 가중되는 이자부담과 회수 압박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출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지난 2006년 원ㆍ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였음을 감안할 때 원금 자체가 급증한데다 2.5%에 머물던 금리도 7~8%대까지 치솟아 매달 이자부담액이 적어도 네 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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