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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개정의 전도/정경부 최창환(기자의 눈)
입력1996-12-06 00:00:00
수정
1996.12.06 00:00:00
최창환 기자
상대방 선수를 우리팀의 골잡이로 내세운 축구경기를 상상해 보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고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는 이유는 노동법개정에 임하는 정부 여당의 자세가 마치 이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총선이 끝난뒤 국회의 원구성을 지켜본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개혁차원의 노동법개정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한탄했다.
노동법개정이 문민정부의 최후 최대의 개혁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신한국당이 노동법을 처리하는 환경노동위 위원장을 야당몫으로 넘기고 의원 배치마저 희망자가 적자 초선의원 중심으로 안배한 것을 빗댄 말이다.
환경노동위는 여야 각각 9명씩 18명으로 구성됐고 자민련의 이긍규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정부의 노동법개정의지는 그뒤 다소 퇴색했다. 헌법개정보다도 어려운 노동법개정을 위해서는 여당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한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다 어느날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영삼 대통령이 남미순방을 마친뒤 노동법개정을 위한 정부의지가 강경해지면서 총리를 위원장으로한 정부추진위가 구성되고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이 정부의 노동법개정안이 마련됐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경제상황과 한승수부총리와 이석채청와대 경제수석을 중심으로 한 신임경제팀의 추진력이 맞물려 꼬리를 감출 것 같던 노동법개정이 힘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감독이 작전을 바꾸고 교체멤버를 대거 투입했어도 골잡이(국회)가 골을 넣을 생각이 전혀없다. 정부 여당이 연내 법개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위원장은 연내 법개정 불가라고 칼집에서 칼을 뽑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위원장의 칼은 도리어 정부 여당을 겨냥한 트로이의 목마일 가능성이 높다.
여야의 입장과 정부의 노동법개정방향은 따지지 말자. 국가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여당의 반년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으로 국민들만 또다시 혼란스러워지는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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