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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해외IR 해야하나" 경영 외적문제로 곤혹"안에서 믿어주지 않는데 밖에서 어떻게 믿나" 外人 투자가들 反해외자본정서로 확산우려도 김현수기자 hskim@sed.co.kr 국내 기업들이 공격적인 해외IR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해외투자가들은 정부의 대기업정책이나 지배구조 등 까다로운 질문을 쏟아내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열린 해외투자 유치 설명회에서 참가자들이 주최측의 설명을 관심 있게 듣고 있다. “기업의 비전이나 전략보다는 경영외적인 문제가 해외투자가들 사이에서 관심사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최근 해외 투자설명회(IR)에 참석했던 기업체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진행되는 투자자들의 주요 질의내용을 듣다 보면 마치 기업 개별능력이나 업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적 경제회생 가능성이 중요해졌던 국가 외환위기 직후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이 일어나더라고 전했다. 지난 9월26~28일 사흘간 뉴욕 팰리스호텔에서 해외언론과 거래처를 대상으로 펼쳐진 삼성전자의 글로벌 로드쇼에서 윤종용 부회장은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질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삼성 측의 한 관계자는 “첨단제품이나 디지털 컨버전스 부문에 대한 삼성의 비전에 대한 설명보다는 삼성의 지배구조, 총수 일가의 상속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며 “삼성전자의 비전과 전략보다는 삼성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맞춰져 있어 당황했다”고 전했다. ◇‘궁금한 것은 정부정책’=최근 해외 IR의 특징은 정부 정책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냐는 것. 기업이 어떤 전략과 비전을 가지고 경영실적을 올릴 것인지가 주요 관심거리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이 기업의 경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외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주객이 전도됐다. 강용구 LG화학 IR팀장은 “전반적인 재벌ㆍ기업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외국인들도 자체적인 분석을 통해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기업 IR에서는 정부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주관심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LG화학 IR에서 외국인들의 관심은 부동산 규제정책. 8ㆍ31 대책이 산업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관심이었다. LG화학이 부동산정책에 대비, 산업재 전략을 어떻게 재편하는지는 차후의 문제이다. 외국계 증권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실적과 비전ㆍ전략이 IR의 주목적이 돼야 하지만 한국 기업의 IR에서는 실적보다는 정책변수에 따른 영향이 더 큰 관심을 끈다”며 “정책에 따라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 IR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일부 기업들?해외 IR를 나갔다가 경영외적인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조만간 해외 IR를 계획 중이던 기업들도 고민이 커졌다. 오는 11월 해외 IR를 준비 중인 SK㈜는 소버린사태 이후 착실하게 다져온 지배구조 개선 이미지가 국내 반기업정서에 자칫 손상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SK㈜의 한 관계자는 “SK글로벌 분식회계와 소버린과의 경영권 공방 후 이사회 중심 경영에 대한 인식을 심는 데 2년 가까이 걸렸다”며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투명경영이 국내의 반기업정서에 다시 의혹을 받게 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신뢰도는 다시 IMF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해외 IR를 다녀온 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 IMF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혹독한 IMF의 시련을 겪으며 쌓아온 투명경영에 대한 인식이 반기업정서와 정책으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IR관계자는 “안에서 믿어주지 않는 기업을 어떻게 밖에서 믿어주겠느냐”며 “해외투자가를 만났을 때 첫 질문이 ‘너희는 괜찮냐’는 것이고 마치 이 질문이 겉만 투명한 것 아니냐는 조소로 들린다”고 말했다 ◇‘반해외자본’도 겁난다=해외투자가들의 시각을 살펴보면 반기업정서가 반해외자본 정서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모습도 감지됐다. 최근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주최한 합동 컨퍼런스에서는 한국의 반기업정서가 반해외자본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 자리에서 유럽계 펀드 관계자는 “공기업 민영화, 기업매각 등을 하는 데 있어 국내 투자가만 우대하고 외국인은 배제하는 것 아니냐”며 “반기업정서가 국내 투자가와 외국투자가의 차별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들은 론스타 등 외국자본에 대한 세무조사가 주식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한 鳧떻?IR팀장은 “삼성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이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해외투자자가에게 깔려 있다”며 “특히 론스타 등 외국자본의 세무조사를 본 해외투자가들은 정말 한국이 투자에 적합한 국가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시장에서 지난달 22일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투자가의 반응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반응이다. 외국인들은 17일까지 17일 연속 매도세를 보이며 국내 주식을 팔고 있다. 영업이익 2조원대를 회복하고 사상최대 규모의 휴대폰을 팔았다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외국인들은 꾸준한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환율변동에 따른 차익실현도 있겠지만 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증권시장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은 현재의 반기업정서가 결국은 기업의 자율성을 해쳐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5/10/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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