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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관계자 오찬대화록] '기업회생' 이제 시작
입력1999-04-13 00:00:00
수정
1999.04.13 00:00:00
김준수 기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추진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주요 대화내용을 정리한다.김석준(金錫俊) 쌍용건설 회장= 저희 기업이 국민과 채권단에 많은 누를 끼쳤다. 워크아웃으로 회생의 길을 열어 준 것도 송구스러운데 격려의 자리를 만들어 주신데 감사드린다. 쌍용건설은 1조4,000억원의 정상영업을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채권단과의 손실분담에 할 수 있는한 열심히 했다.
金대통령= 앞으로 금융기관이 잘해줘야 워크아웃이 성공한다. 동국무역사장은 전문경영인인데 오너와 불편은 없는가.
남윤우(南倫祐) 동국무역 사장= 저는 기업소유와는 상관이 없으며 뜻하지 않게 경영을 맡았다. 워크아웃에는 오너와 은행의 협조가 필요하다. 다행이 오너가 잘 맡기고 은행도 지원하고 있다.
金대통령=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을 경쟁력있게 살리는 것이다. 기업 가운데 소유권을 뺏긴다고 해서 워크아웃에 소극적인 곳은 없는가.
김진만(金振晩) 한빛은행장= 3월말까지 자구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기업은 원칙에 따라 경영일선에서 후퇴시키고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해 기업을 살리도록 할 것이다. 전문성있는 구경영인에게서도 수용할 부분들이 많은 것이 있다. 노하우를 활용하려고 설득중이다. 워크아웃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력하게 전달돼 있기 때문에 저항은 크지 않다.
金대통령= 정부는 굳은 의지로 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행이 큰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동아건설은 첫번째 케이스인데 요즘 어떤가.
고병우(高炳祐) 동아건설 회장= 막상 들어와 보니 동아의 최원석 회장은 동아를 위해 큰 역할을 했다. 종래에는 기업은 죽어도 기업인은 산다고 했는데 최회장은 선산까지 내놓았다.
처음에는 저항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다. 6개월간 매주 종업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어려움을 함께 하자고 호소한 결과 노조 스스로 노조힘으로 회사를 살리겠다고 광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노사가 힘을 합쳐 기업을 살리는 케이스가 될 것이다.
정부에서 김포매립지를 사주어 큰 힘이 됐다. 노조나 채권단들은 너무 싸게 팔았다고 불평이다. 어쨋든 동아매립지를 정부가 사주어 그것이 동아건설의 회생발판이 됐다고 생각한다.
金대통령= 정부가 너무 비싸게 샀다는 비판도 있다.
高회장= 저희도 그런 비판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몇가지 건의를 드리겠다. 첫째, 워크아웃이라는 용어는 쫓겨난다고 하는 아웃의 개념이 너무 강조돼 잇다. 그래서 은행들도 더이상 지원하지 않으려 하고 입찰에도 참가시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둘째, 추가여신이 되지 않는다. 여유자금이 있어도 추가여신이 안되니까 불안해서 채무이행을 하지 않게 된다. 셋째, 신용장을 받을 수 없다. 리비아 대수로공사에도 국내에서 신용장을 받을 수 없어 리비아 정부로부터 받았다. 당연히 협상력이 제한된다. 조만간 사우디와 상당규모의 공사를 계약하는데 지급보증을 해줄 은행이 없다. 도와 달라. 다섯째, 배드뱅크가 만들어진다는 언론보도가 있는데 워크아웃기업들이 그 쪽으로 가지 않도록 해달라.
이헌재(李憲宰) 금감위원장= 신용장 거부는 아직 해당기업들이 신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실 요즘 은행들은 워크아웃기업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에 대해서도 신규여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른 지원방안을 검토해 보겠다. 배드뱅크 문제는 까다로운 문제이다. 이것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방식을 검토해 보겠다.
김희용(金熙勇) 동양물산 사장= 워크아웃 초기에는 경영권 문제를 걱정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지금은 워크아웃이 기업을 살리는 길이라고 다른 기업에 권유하고 있다.
이갑현(李甲鉉) 외환은행장=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했으면 확고한 회생의지로 지원해야 한다. 경영권 문제는 서로 역할을 나눠 합심해서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호근(吳浩根) 기업구조조정위원장= 중요한 문제는 기업구조개선이 제도나 법적 장치만으로는 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채권기관이 중심이 돼 정책적인 틀 안에서 관행으로 정착돼야 한다. 그리고 금융기관들의 경험이나 지식, 관점의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워크아웃 대상기업을 선정할 때 대주주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저항하는 등의 사례는 워크아웃을 통해 기업을 회생시킨 예를 통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金대통령= 워크아웃은 당장에 애로를 겪더라도 사업성이 있다면 공정하고 투명한 손실부담을 통해 신속하게 회생시키려는 제도이다. 결코 경영권 회수나 퇴출이 목적이 아니다. 은행은 사전에 기업의 부실화를 예방하되 일단 부실화된 경우 적극적으로 처리해 기업을 살려야 한다. 미봉책을 취하거나 BIS비율 때문에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일단 부실화된 기업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기업만 남고 나머지는 퇴출돼야 한다. 여러분들의 기업은 이미 회생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자구노력과 경영개선으로 튼튼한 회생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기업의 부실로 은행과 국가에 많은 폐를 끼쳤다. 그 책임을 통감하고 분발해 달라.
워크아웃으로 경영권 등에 불이익이 온다는 잘못된 생각이 많이 퍼져 있다. 충분하게 회생을 지원하고 철저하게 사후관리를 병행해야 한다. 채권은행은 주인의식을 갖고 해나가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워크아웃의 의미와 추진과정을 국민에게 잘 알려야 할 것이다. 결코 특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라. 또 미리 손을 쓰면 살릴 수 있는 기업인데 시기를 놓쳐 망하게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오로지 경쟁력있는 금융기관, 경쟁력있는 기업을 바란다. 지금은 초기이므로 정부가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지만 앞으로 잘 되어 나가면 더 이상 말하지 않게 될 것이다. /김준수 기자 J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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