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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성급한 이론적용에 희생 일쑤"

경제학회 9일 국제심포…전문가들 정부 비판 봇물<br>鄭 "한미FTA 획일적 사고 문제"… 金 "FTA협상 우리측 노력 부족" <br>左 "경제개혁, 평등주의 함정에"…朴 "금리인상으론 물가 못잡아"


국내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해 당초 의도한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채 성급한 이론 적용에 파묻혀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나섰다. 참여정부의 막바지 정책목표 1순위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부터 지난 80년대 말 이후 추진돼온 균형발전과 분배정책, 여기에 통화당국의 통화정책 전반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경제학회는 9~10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모든 사람을 위한 번영’이라는 주제로 제12차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국내외의 유수한 경제학자들과 함께 정부 정책의 타당성과 목표달성 정도를 점검한다. 대회에서는 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운찬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낸 김중수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원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이 주제발표를 하고 19개 분과회의를 통해 해외 학자들이 미시경제ㆍ거시경제ㆍ국제경제 등에 대한 분과별 2~3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강정원 국민은행장 등 실물경제를 다루는 정부와 민간의 주요 인사들도 오찬 및 만찬연설을 한다. ◇한미 FTA, 획일적 사고에 무력한 협상팀=대회에서는 한미 FTA 추진과정과 협상방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미리 배포한 개회사에서 “현실의 정부 정책이 획일적인 사고와 성급한 이론 적용의 희생제물이 되곤 했는데 한미 FTA가 좋은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정책은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고 장기적 이익을 지향하되 단기적인 부작용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중용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FTA 협상과정에서 우리 측의 국내협상 노력이 매우 부족했던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경제 자유화 정책과 한국 경제의 진로’라는 주제발표문에서 “한국은 대외통상 조직이 협상을 담당하고 실무적 사항은 관련부처가 맡는 이원적 체제로 운영되는데 이 제도는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스포츠 경기에서 자기 몸을 제대로 추스르지 않은 사람은 시합에서 이길 수 없다”며 “문제파악 능력이 결여된 협상 대표일 경우 협상의 이해 당사자가 민관을 불문하고 신뢰를 주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금리인상, 물가 못 잡아=8월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로 다가온 가운데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한 날선 비판도 이어졌다. 박영철 서울대 국제통상금융센터 소장은 ‘개방경제의 통화신용정책’이라는 발표문에서 “금리인상이 물가를 잡는 데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 있겠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상당한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다면 물가도 못 잡고 부동산 시장에 주는 효과도 크지 않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물가상승 압력이 없다면 통화신용정책은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다”며 “물가안정기가 끝난다면 개발도상국을 위한 보다 현실적인 거시경제정책을 찾는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개발연대 패러다임 청산, 모두 헛수고=80년대 말 이후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 민주화, 균형성장, 중소기업 보호, 분배지향정책 등이 모두 정책목표와 반대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좌 원장은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주제발표문에서 “지난 20년간 개발연대 경제운영 패러다임 극복을 시도해왔지만 양적 성장속도와 질적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정부의 갖가지 노력에도 불구, 목표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난 현상을 ‘한국 경제의 10대 불가사의’라고 진단하며 87년 이후 경제 민주화와 균형성장 정책기조가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앗아갔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좌 원장은 “80년대 후반 이후의 개발연대 패러다임 청산 노력이 ‘관치’는 청산하더라도 ‘차별화’는 유지했어야 한다”며 “경제 민주화 개혁은 평등주의의 함정에 빠졌으며 발전에 배치되는 방향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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