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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연이은 악재로 고사직전
입력2004-03-16 00:00:00
수정
2004.03.16 00:00:00
김민형 기자
고질적인 인력난ㆍ자금난에 최근 불거진 원자재난으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이제 거의 빈사상태다. 게다가 탄핵정국까지 가세해 온 나라가 어수선한 탓에 내수경기마저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 중소기업들은 이래저래 죽을 맛이다.
16일 오전 9시 4,000여개의 중소기업이 입주해있는 경기도 시화공단. 아침 출근길을 재촉하는 근로자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월급을 받고 회사를 다니는 근로자들은 다행일지도 모른다.
코일설비를 생산하는 S사의 L사장. 그는 인사를 나누기 무섭게 그간의 속앓이를 털어놓았다. L사장은 “철판, 봉강 등 원자재 값이 최고 40%까지 올랐지만 대리점들이 가격을 더 높이려고 물량을 풀지 않는 통에 공장가동 자체가 어렵다”며 “신규 물량을 수주해도 원자재값 상승으로 채산성이 악화될 게 뻔해 마음 놓고 수주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D사. 생산물량의 80%를 수출하는 이 회사는 주요 납품처인 외국 자동차부품회사가 납품가격에 원자재 상승분을 반영해 줘 다른 회사보다 상대적으로 원자재파동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 회사의 고민은 다른 데 있다. 예측이 불가능한 환율문제가 그것. J사장은 “연초에 1,100원대에 수출계약을 체결해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앞으로 환율하락이 계속되면 채산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안정적인 환율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제조업체들의 힘든 속사정은 이날 시화공단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술신용보증기금 박봉수 이사장의 `중소ㆍ벤처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여과없이 나타났다.
한 번 터진 중소제조업체 사장들의 호소는 시작되자 그칠 줄을 몰랐다.유리기계설비 제조사 이강테크 강홍섭 사장은 “인력이 부족한 탓에 사장이 아니라 직원을 위한 기쁨조로 전락한지 오래”라면서 “한국에서 사업을 포기하고 생산공장을 중국으로 옮겼지만 핵심기술유출이 우려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휠을 생산해 90%를 수출하는 나노캐스텍의 홍환표 사장은 “설비투자금액을 구하기 위해 은행을 비롯한 각종 금융기관을 돌아다녔지만 모두 헛수고”라면서 자금난을 호소했다.
박봉수 이사장은 “현장간담회를 통해 현재 중소벤처기업들이 총체적인 난국을 겪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인의 사기가 높이고, 피부에 와닿는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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