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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법정’ 놓고 재경-산자부 신경전
입력2004-01-09 00:00:00
수정
2004.01.09 00:00:00
권구찬 기자
산업자원부가 9일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 안건으로 상정한 `산업법정(가칭)`설립 방안을 둘러싸고 재정경제부와 산자부간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산자부는 간담회 결과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자평하는 반면 재경부는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고 딴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법정은 산자부가 신년 핵심 정책과제로 제시한 것으로 기업으로부터 민원을 접수해 기업과 해당부처ㆍ지자체ㆍ감사원등 관련당사자가 함께 모여 기업애로사항을 일거에 해결하는 규제완화 원스톱창구. 특히 투자를 가로막는 각 부처의 법령과 제도까지 개선방안을 강구할 수 있어 단순한 기업민원 해결 차원이 아닌 강력한 규제완화 기구로 자리 매김될 것으로 기대됐다.
경제장관간담회가 끝난 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브리핑을 통해 “장관 간담회에서 일부 장관들이 산업법정을 행정부가 설치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특히 기존의 규제완화 창구가 있고 입법 과정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법정 설립을 당분간 유보하자고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보는 “산자부에는 기업활동규제심의위원회가 있지만 지난 1년간 활동실적이 거의 없었다”며 “굳이 산업법정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해 권한을 강화하기보다는 기존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가 많았다”고 간담회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산업법정이 사실상 제동걸린 것으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실제로 간담회 후 재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의 기업활동규제심의위 기능을 강화하되 산업법정 별도 설치 문제는 (규제완화의) 운영성과를 봐가며 신중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안건을 상정한 산자부의 설명은 딴판이다. 김종갑 산자부 차관보는 “산업법정 설립 안은 재경부가 일괄 발표한 신년도 경제운영계획에도 포함돼 있다”며 “장관 간담회에서도 부총리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펄쩍 뛰었다. 그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현행 시스템에서 잘 풀린다면 산업법정을 설치할 이유가 뭐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산자부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후속조치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산업법정 개최를 산자부 장관 주재로 매월 정례화하고 다음달 중 시험운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행의지를 밝혔다. 특히 총선이후 17대 국회가 구성되면 관련 법을 고쳐 산업법정의 설립근거를 마련하고 전담조직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 같은 갈등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누가 생색을 내고 누가 주도권을 갖느냐가 중요하겠지만 기업으로서는 정부가 얼마나 확실하게 규제를 풀어주는가에만 관심이 있다”며 비판했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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