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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과 4년 후의 이헌재
입력2004-03-01 00:00:00
수정
2004.03.01 00:00:00
`청년실업률을 7%대로 낮추고 정부보유 투신사 지분을 우선 매각한다`, `은행들은 인사에서 외부청탁을 받지 마라`.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이 남긴 2월 어록의 일부다. 하나같이 옳은 말이다.
그런데 올해의 얘기가 아니다. 시계바늘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을 맡은 후 `외환위기 극복의 1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과천의 재정경제부로 자리를 옮긴 이 장관이 강조한 2000년2월의 경제 현안들이다.
이헌재 부총리의 요즘 고민은 4년 전 그 것과 너무도 닮은 꼴이다. 실업 해소와 성장 회복이 그렇고 금융기관 자율화가 그렇다. 2000년2월에 강조됐던 투신사 구조조정 역시 아직도 미완의 숙제다.
오늘의 문제점이 4년 전부터 이어져 온 당면과제라는 점은 우리 경제의 답보 상태를 상징한다. 따져보면 요즘 상황은 오히려 예전보다도 좋지 않다. 적어도 4년 전에는 신용불량자 증가나 내수위축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진다면 한국 경제의 병이 생각보다 깊다는 얘기가 된다. 의사가 신통치 않았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4년 후에도 지금과 똑 같은 과제에 빠져 있다면 우리 경제의 장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 역시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불행스럽게도 흐름이 그런 방향으로 가는 느낌이다. 4년 전과 똑같이 국회의원 총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 때문이다. 4년 전 공적자금 문제가 정쟁의 도구로 악용됐듯이 신용불량자 문제나 성장률 조정 등 주요한 경제 현안들이 총선 이슈로 왜곡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중인 재경부는 `총선용이라는 오해를 사기 싫어`말을 극도로 아끼는 분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성장률 전망치의 상향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면서도 정치적으로 오해 받을 소지 때문에 공론화를 꺼리고 있다. 금융기관장 인사도 바뀐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4년 후다. 그 때도 우리 경제는 지금과 같은 현안을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총선에 발목 잡혀서 할 일, 할 말을 제 때 못한다면 그렇게 되기 십상이다. 2000년의 아쉬움은 2004년으로 족하다. 2008년에는 희망을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권홍우<경제부 차장>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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