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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시장 “한국경제 신뢰”
입력2003-05-30 00:00:00
수정
2003.05.30 00:00:00
이혜진 기자
정부가 국채인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외평채)을 표면금리 4.25%, 미국 국채(TB) 대비 가산금리 0.92%라는 좋은 조건에 발행한 것은 국제금융시장이 한국 경제를 대단히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행 직전에 뉴욕 월가에선 가산금리 1%만 돼도 성공이라는 분석이 나왔는데, 그 이하의 금리가 적용된 것이다.
정부의 이번 외평채 발행은 시점을 잘 선택했다. 98년에 발행한 5년만기물 10억 달러는 연초에 만기가 돌아왔지만, 이를 바로 차환발행하지 않고 시기를 기다린 것이 적중했다. 당시엔 북한 핵 이슈가 한국물에 대한 리스크로 작용, 외평채 가산금리가 2%까지 치솟았고, 만기에 맞춰 발행했을 경우보다 1% 이상의 금리차익을 얻게 된 것이다.
가산금리 0.92%는 스웨덴 국채의 0.89%를 조금 웃돌고, 호주의 1.51%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번 외평채 응찰에는 예정금액의 4배가 넘는 45억 달러가 몰렸고, 2008년 만기물 외평채 가산금리가 3월 2%를 넘었다가 4월에는 1.3~1.4%로 하락했고, 최근 1주일 사이에 0.9%대로 떨어졌다.
국제금융시장의 여건도 한국 외평채 발행에 유리했다. 최근 이머징 마켓 국채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고, TB 금리는 5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외환 위기 직후인 98년초 10년만기물 외평채 발행금리가 8.875%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 발행금리는 그 절반에 해당한다. 이로써 정부는 10억 달러 발행으로 연간 4,600만 달러의 이자를 절약하게 된 셈이다.
외평채 저금리 발행은 한국 경제가 5년전 외환 위기에서 완전히 회복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환보유액은 4월말 현재 1,236억 달러로 외환위기 당시의 72억 달러에서 10배 이상 늘었고, 98년 -6.7%였던 경제성장률도 올 1분기 3.7%를 기록했다. 신용등급도 무디스 기준으로 현재 A3로 투자 부적격이었던 당시보다 4단계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외평채 가산금리가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여름 산업은행 채권 발행금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자만을 할 수 없는 여건이다. 국채 발행을 홍보하는 로드쇼에서 해외투자가들은
▲북한 핵 문제
▲통일 비용
▲과격해지는 노사분규
▲SK 글로벌의 분식회계
▲카드채 부실
▲경제 성장 둔화등에 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좋은 조건으로 국채가 발행됐지만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경제 위기가 심화된다”고 발언한 점등은 국제 시장에서 한국을 또다시 불안하게 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가 경제를 운용하는 고위 인사들의 발언이 곧바로 국제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뉴욕 금융가의 한국물 데스크들은 신중한 접근을 요망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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