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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성과보상제 수술도 추진했지만… 잠정 보류

PS 0~50% 적용… 사내에서도 수천만원 차이<br>직원간 이질감·부서 이기주의 등 부작용 차단<br>이르면 내달 발표… 다른 기업에도 영향 줄 듯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서울경제DB


#삼성디스플레이의 K과장은 지난 1월 회사로부터 초과이익분배금(PS)을 받았다. 지난해 전체 경영성과에 대한 보너스다. 생각지도 못한 목돈을 받아 들고 들뜬 마음에 가족과 함께 외식을 나갔다가 오히려 아내의 핀잔만 들어야 했다. K과장은 "무선사업부는 PS가 50%라고 하던데 당신은 왜 이리 규모가 작느냐"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듣고서는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세계 초일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전세계 LCD패널 시장을 휩쓸고 있는 삼성전자 LCD사업부였지만 공급과잉에 따른 패널 가격 하락으로 실적은 변변치 못했기 때문이다. K과장으로서는 열심히 회사를 위해 일했지만 회사가 되돌려준 보상은 다른 사업부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것이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L과장. L과장은 지난해 연봉의 절반을 연초에 PS로 받았지만 결코 좋아할 수 없었다. 연봉의 50%를 예상한 까닭에 자동차와 가구를 새로 바꾸는 등 집안의 씀씀이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고민은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 등이 언제까지 날개 돋친 듯 팔려서 든든한 성과급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은 일대로 하지만 업황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언제든지 실적은 감소할 수 있고 자신의 PS 규모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동일 회사 내 LCD사업부(현 삼성디스플레이)의 PS 규모가 지난 10년 동안 최고 수준인 50%에서 심지어는 2%까지 롤러코스터를 탄 것을 옆에서 지켜본 만큼 언제든지 PS 규모가 작아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늘 불안하다.

삼성이 성과급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나선 것은 실적에 따라 임직원의 성과급 변동성이 지나치게 큰데다 동일 회사 내 사업부서 간 위화감과 이질감이 조성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이 같은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그가 삼성 임직원 전체의 고충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칼을 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PS와 PI 제도를 도입하면서 다른 대기업들이 명칭과 규모는 다르지만 삼성 식의 보상체제를 모방한 경우가 많다"며 "삼성이 대대적인 개편안을 내놓게 되면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줘 사실상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의 성과급 체계가 변경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지성호의 특단 대책=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의 취임 이후 성과급 체계가 수술대에 오른 만큼 과감하고 신속하게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룹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최 실장의 업무 스타일이 한번 방향을 결정하면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오는 7월에 특단의 대책이 발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7월 PI 지급을 위해 각 계열사가 사업부별 평가에 돌입한 상태"라며 "6월 말에 최종 발표가 이뤄질 경우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은 삼성전자도 7월부터 변경된 새로운 제도를 적용하는 데 2~3일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PS와 PI 제도는 지난 10년 동안 소폭의 조정이 계속된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제도 개선이나 대대적인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며 "올해 말까지만 개편안이 나와도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임직원 가정의 재무안정성 면에서 호응도가 클 것"이라고 전했다.

◇회사별ㆍ사업부별 편차 어느 정도길래=이 같은 개편작업은 계열사별ㆍ사업부별 성과급 체계가 지나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연초에 지급 받은 지난해 PS 규모로 보면 삼성전자 내 무선사업부가 연봉의 50%를 PS로 일시에 지급 받았고 영상디스플레이는 44.5%, 반도체는 42.5%를 각각 받았다. 그러나 LCD사업부는 12%, 생활가전도 12%의 PS를 지급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 8,000만원인 부장의 경우 무선사업부는 4,000만원을 받지만 생활가전과 LCD의 경우 960만원 안팎의 성과급에 만족해야 했다는 것이다.

각 계열사별로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동일한 12%를 지급하고 월 기본급의 200%를 특별위로금 형태로 나눠줬다. 또 삼성SDI는 전지사업부에 대해 20%, PDP사업부는 12%를 적용했다. 이 밖에 삼성SDS 직원은 연봉의 10%를 받았고 삼성물산 상사 부문 직원은 10%대 초반, 삼성LED 직원은 PS를 한 푼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1월과 7월에 지급되는 PI도 못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계열사별 PS 지급규모가 고착화돼가고 있는 점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는 모두 '삼성의 후자'라는 직원들의 자조 섞인 농담도 이 같은 성과급 지급규모 고착화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업황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급=삼성의 성과급 체계는 결국 삼성 임직원이지만 계열사별로, 사업부별로 실적에 따라 고무줄 성과급을 받아 임직원 간 이질감과 부서 이기주의, 실적 만능주의 등의 행태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실적 만능주의와 부서 이기주의가 결국 경쟁사와의 가격담합 등으로 연결될 수 있는데다 삼성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배경으로 지목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의 세트와 부품 간의 방화벽은 필요하지만 부서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오로지 임직원들이 실적에만 매달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계열사별로 성과급 지급규모는 제도 개편 전과 후가 비슷할 수 있지만 임직원들 사이의 편차는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의 이 같은 성과급 체계 개편 움직임은 지난해에도 이뤄졌다. 1년에 두 차례 지급하는 PI 지급규모를 각각 기존의 150%에서 100%로 줄이고 상반기와 하반기의 50%씩을 기본급과 함께 지급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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