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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실, 제2 경제위기 안되게
입력2003-03-05 00:00:00
수정
2003.03.05 00:00:00
정영현 기자
지난해 말 가계 빚이 439조원으로 1년 새 100조원 가량 늘었고, 가구당 2,915만원으로 3,000만원시대에 이르렀다는 것은 사상누각에 서있는 우리 경제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가계소비가 성장을 견인한 것도 사실이나 투자와 생산이 위축된 채 가계소비에 의존한 성장은 이처럼 큰 부작용이 뒤따르는 것임을 새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2년 중 가계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가계신용잔액은 439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8.5%(97조4,000억원)이 늘어 국내총생산(GDP) 583조의 75.3%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가계 빚은 제도금융권의 것이어서 통상 GDP의 10%가량으로 추산되는 사채부분을 포함하면 이미 5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1998년말 183조원이었던 가계 빚이 4년 만에 2.4배가 늘어난 속도가 너무 급격하고, 현재의 경기상황으로 미루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 같은 증가율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같은 가계 빚의 급증현상은 저금리 대출을 이용한 부동산매입과 방만한 신용카드관리에서 주로 비롯됐다. 가계 빚이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고 금융기관들도 나름대로 대출억제 등 신용관리에 나섰지만 이처럼 빚이 증대일로인 것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다.
가계빚이 늘어나면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의 연체율은 1월의 1.34%에서 2월 중 1.5%대로 오를 것으로 보이고, 카드연체율은 작년 12월말의 8.8%에서 지난 1월에는 11.2%로 2.4%포인트 올라 IMF체제 이후 최고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연체율의 급증으로 은행이나 카드사의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 작년에 겨우 흑자를 냈던 우량회사 마저 올들어 적자로 돌아서 카드사들의 집단도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앞으로 부동산값이 떨어지고 은행금리가 오르게 되면 가계파탄도 속출할 전망이다.
가계 빚의 더 큰 문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기업의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은행들은 그나마 가계대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정부도 가계소비 마저 위축되면 성장이 영향을 받을까 봐 급격한 가계대출 억제책을 꺼리는 눈치다.
그러나 부채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부채의 절대규모를 줄이는 방법 외에 왕도가 없다. 금융권의 가계대출억제 정책과 신용카드 발급규제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이 우려하듯이 가계대출의 부실로 인한 제2의 경제위기가 오지않도록 금융권은 신용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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