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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저금리 毒에 빠지나

마이너스 금리시대 "빚내서라도 투자하자"<br>신용거래융자 크게 늘고<br>주택담보 대출도 증가세


물가를 반영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른바 '버블형 머니 무브'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가 2%대까지 떨어지자 참지 못한 돈이 은행을 떠나 위험자산인 증시 주변을 본격적으로 찾는가 하면 신용거래융자가 급증하고 주택담보대출도 늘어나는 등 빚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실물경제는 내리막길인데 돈은 실질가치 이상으로 팽창하면서 왜곡된 흐름으로 거품 초기 현상이 잉태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통화당국이 환율전쟁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앞에서 손발이 묶인 사이에 심해지고 있어 거품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17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연 2.25%로 동결한 뒤 채권금리가 또다시 급락하면서 은행권의 예금금리가 2%대까지 내려앉았다. 산업은행이 정기예금을 지난달 말 3.08%에서 최근 2.93%까지 내렸는데 이는 한은이 만기 1~2년 미만 정기예금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한 금리를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5월의 2.94%보다 낮은 사실상 역대 최저치다. 우리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도 기준금리 동결 후 정기예금금리를 3.45%까지 낮춰 지난 9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3.6%)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시대에 들어갔다. 시중금리를 상징하는 채권(3년 만기 국고채 기준) 실질금리도 8월 연 1.13%에서 9월 -0.12%로 마이너스 시대를 열었다. 금리가 급락하면서 돈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은행 수신잔액은 8월과 9월 연속 3조원 이상 줄어든 반면 증시의 고객예탁금은 이달 14일 현재 14조5,849억원에 달해 연초 대비 2조5,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저금리 속에서 빚에 대한 두려움까지 사라지면서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연초 대비 9,330억원이나 급증한 5조3,225억으로 3년2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9월 중 2조7,000억원이나 늘어나 증가폭을 키우고 있다. 아직은 전셋값만 급등하고 있지만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수도권 일부 가격이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집에 대한 쏠림현상이 재연되면 금융과 실물 전반에 걸친 거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돈의 흐름이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자 '버블형 머니 무브'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유동성 장세가 계속돼 거품이 생길 수 있다"며 "당국이 돈의 흐름을 보다 면밀하게 주시하고 버블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다양한 처방, 특히 국제공조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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