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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체적으로 저조한 판매를 기록한 상황에서 올해 현대ㆍ기아차가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놓는 등 국내ㆍ외 브랜드들이 새로운 하이브리차량을 대거 내놓는다.
과연 올해는 잘 팔릴까. 일부에서는 올해도 안 될 경우 한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는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얘기하고 있다. 또 다른 축에서는 올해는 좀 나아질 것이고, 다양한 차량이 소개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성숙할 것이라는 정반대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안팔린다, 안팔려"=지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는 각각 2011년 7,193대, 5,279대 팔리는 데 그쳤다. 올해 1월에도 각각 680대, 541대씩 팔렸다. 대략 가솔린 모델이 10대 팔리면 하이브리드가 겨우 1대 팔리는 비중이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도요타 구형 캠리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고작 249대 팔렸고,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이자, 전세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 중 절반을 차지한다는 도요타 프리우스도 국내에서는 고작 1,952대 팔리며 베스트셀링 순위 10위에 턱걸이했다. 프리우스는 지난해 일본의 베스트셀링카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차다.
혼다도 시빅 하이브리드가 지난해 20대 팔렸고 CR-Z는 62대 판매됐다. 인사이트는 지난해 221대 팔리는 데 그치더니 최근에는 홈쇼핑에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나오기도 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 S400 하이브리드가 43대 팔려고 BMW 액티브하이브리드7은 고작 29대밖에 팔지 못했다.
◇왜 이렇게 안 팔릴까=국내 시장에서 이처럼 하이브리차량이 외면 받는 이유는 뭘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과연 연료비를 아껴서 가솔린 모델에 비해 더 지불한 차 값을 뽑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한달 기름값을 30만원 쓰는 운전자가 하이브리드차를 타고 월 10만원씩 아낀다면 연간 120만원을 절약한다. 최소 7~8년은 타야 1,000만원 더 비싸게 산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이브리드차의 연비가 과장됐다는, 이른바 '뻥연비' 논란은 이러한 소비자의 의문에 불을 붙였고, 판매량은 더욱 가파르게 줄었다. 그러나 현대ㆍ기아차 측은 "하이브리드차의 연비는 운전 습관이 크게 좌우하는데 운전자들이 쭉쭉 밟으면서도 좋은 연비를 기대하기 때문에 과장 연비 논란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 업계차는 '소비자 인식'이 하이브리드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값은 비싸지만 연비 좋고, 친환경적인 차를 사겠다는 소비자 인식이 형성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지난해에야 제대로 된 국산 하이브리드차가 나오지 않았느냐"며 "인식 전환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올해는 잘 팔릴까=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놓고 새롭게 도전한다. 이 모델은 특히 연비 개선에 중점을 뒀다.
도요타는 21일 신형 프리우스 3종을 국내 시장에 론칭시킨다. 세계 최초로 태양광 패널을 장착한 프리우스 S, 내비게이션 등을 탑재한 프리우스 M, 사양을 줄이고 가격을 내린 프리우스 E 등이다. BMW는 5시리즈의 하이브리드 버전인 액티브 하이브리드5를 연내 투입하기로 했다.
올들어 국내 시장에 데뷔한 하이브리드차들도 꽤 있다. 도요타 신형 캠리하이브리드가 국내 시장에 지난달 출시됐고, 포드의 퓨전 하이브리도 최근 나왔다. 포르쉐는 4도어 대형 스포츠카 파나메라S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주목할만한 것은 1월 한달 간 캠리 하이브리드가 112대나 팔렸다는 점이다.
푸조의 디젤 하이브리드 3008은 앞으로 나올 수입 하이브리드 차 중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가솔린이 아닌 디젤엔진과 전기모터의 결합이라 놀라운 연비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이브리드 시장이 성숙하기를 기대해야 한다면서도 올해 새로운 모델들이 어떤 성적표를 내느냐에 따라 그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이브리드 시장은 반드시 확대될 것"이라면서 "지금 안 팔린다고 해서 개발ㆍ투자ㆍ마케팅ㆍ판촉 등을 미룬다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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