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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실시간 경제지표 호전 기미
입력2003-04-16 00:00:00
수정
2003.04.16 00:00:00
이라크전쟁이 사실상 끝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정상화할 조짐을 보이며 미국경제에 회복의 봄기운이 돌고 있다.
지난 반년 동안 극도로 악화됐던 소비와 투자심리가 회복의 싹을 틔우고 있으며 경제의 선행지표격인 뉴욕 금융시장은 바그다드 함락 이후 빠르게 상승무드를 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90년대 장기호황에 따른 거품이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고 전후의 긍정적 조짐이 장기화할 것인지에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전쟁종결과 함께 경제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수천억달러의 감세안 통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다.
이라크전쟁이 해결되고 북한 핵 이슈도 다음주 베이징에서 다자간 회담이 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지구촌을 감쌌던 두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근 며칠 사이 큰 고비를 넘긴 것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전쟁의 승기를 잡은 최근 1~2주의 실시간 경제통계들은 아주 안정성을 보이고 있다. 월마트의 매출이 증가하고 실업보험 청구건수가 감소하는 것은 경제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지고 있음을 입증한다.
전쟁과 그 준비로 시달렸던 1ㆍ4분기에 미국의 가계대출이 늘어 2ㆍ4분기에 소비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시티그룹ㆍ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가계대출을 담당하는 은행들의 수익이 크게 개선됐다. 시티그룹은 상장수익을 제외할 경우 올 1ㆍ4분기 수익이 전년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이는 미국 시중은행들이 지난 분기에 대출을 늘렸으며 이 돈이 전쟁 후 소비와 투자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에 화약냄새가 진동했던 1ㆍ4분기에 많은 경제인들이 미국기업 경영실적이 아주 악화될 것으로 걱정했다. 하지만 1ㆍ4분기 어닝 시즌(earning season)을 맞아 발표되는 미국 간판기업들의 경영 성적표는 걱정했던 것보다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BMㆍ인텔ㆍ마이크로소프트ㆍ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정보기술(IT) 분야는 언제 전쟁이 있었냐는 듯 기대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쟁 와중에도 산업의 기초소재를 생산하는 분야에서 보이지 않게 회복의 싹이 돋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이외의 일부 국가에서도 긍정적 요소들이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 불황에도 높은 성장을 유지했던 중국은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에도 불구, 지난 3개월간 9%대의 고도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제조업에 부품 공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캐나다는 15일 올들어 두번째로 금리를 인상했는데 이는 이웃 경제대국의 선행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 전 또는 전쟁 중의 통계는 극도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발표한 3월 산업생산은 전년동기 대비 0.5% 감소해 월가에서 0.2% 감소할 것이라던 예측치 아래로 뚝 떨어졌고 2월 산업재고는 0.6% 증가했다.
선물시장에서는 오는 5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지난주 초 50%에서 이번주에는 17.5%로 뚝 떨어졌지만 메릴린치가 월가 은행으로는 8번째로 금리인하론에 가담했다. 경제가 정상화하고 있기 때문에 FRB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판단이 주류를 이루지만 월가 최대 증권사가 금리인하에 동조한 것은 미국경제의 불안요소가 크게 잠재해 있음을 의미한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전쟁 전 또는 전쟁 중의 통계가 급락하면 전후 통계는 `V자형`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4월 이후 거시통계는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종전 초기의 회복조짐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경제여건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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