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여신이 많은 우리은행은 지난 한 해 다소 버거운 시간을 보냈다. 건설과 조선ㆍ해운 등의 구조조정이 이어졌고 막바지에는 웅진그룹마저 법정관리를 신청, 부실여신이 더 올라갔다. 힘이 빠질 만도 했지만 이순우(사진) 행장은 그렇지 않았다. 목소리에는 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 행장은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일부 기업군의 구조조정으로 기업여신의 포트폴리오가 많이 개선됐다. 건설ㆍ조선 분야의 부채를 들어 내고 그 자리를 제조업이 차지하면서 그림이 좋아졌다"며 "장기적으로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우리은행 실적만 놓고 보면 지난해는 그리 좋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은 건설ㆍ조선 등의 구조조정에도 지난해 3ㆍ4분기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4.56%, 당기순이익은 1조2,698억원을 기록했다. 악조건에도 선방한 셈이다.
그러면서 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그의 철학도 밝혔다. 이 행장은 "은행 자산이나 이익이 얼마냐를 가지고 은행을 평가하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실적만 갖고 (평가) 잣대를 들이대면 은행 본연의 역할을 못한다"고 말했다. 올해 실물경기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은행 본연의 역할은 정말 중요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 행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강조하는데 징검다리 역할을 해줘야 할 곳이 바로 은행"이라면서 "은행이 중간 역할만 잘 해줘도 힘든 중소기업들은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은행은 할 일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은행으로서는 진검 승부의 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행장은 "기업금융만 놓고 볼 때 경기가 나쁠수록 은행에는 보람된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한파가 오면 과실수는 겨울을 잘 버티도록 많은 준비를 해준다. 경기침체 때 은행과 기업도 마찬가지다.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기업들이 잘 버티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개인이나 가계부채를 접근하는 시각도 비슷했다. 이 행장은 "가계대출의 경우 기업금융보다 훨씬 수요가 다양하다. 해법도 더 복잡할 수 있다는 얘기"라면서 "하지만 근본처방은 같다. 중소기업의 부채를 해결하듯 개인ㆍ가계에 대한 부채문제도 찾아가서 만나고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해외진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행장은 "해외진출의 원칙이 금융이 발달할 곳보다는 인프라가 덜 된 곳으로 나가는 것인데 올해 초 브라질만 진출하면 브릭스는 물론 동남아로의 진출은 웬만큼 매듭을 짓는다"면서 "이제는 본격 영업을 통해 과실을 따는 단계로 진입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사우다라의 지분 33%를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고 미얀마에도 가장 먼저 현지사무소를 열었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33개의 해외점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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