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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과외망국론」(사설)
입력1997-05-13 00:00:00
수정
1997.05.13 00:00:00
과외로 인한 폐해가 망국병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1인당 월평균 과외비가 21만7천원이나 되며 올 한해동안의 과외비 총액이 9조4천2백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한국교총의 발표는 가히 충격적이다. 과외비 총액이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NP)의 2.2%, 금년도 정부예산(일반회계)의 14%, 교육예산의 51.5%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라는데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한국교총의 이번 사교육비 조사에는 유치원생과 재수생은 제외됐다. 이들을 포함하면 14조∼15조원은 족히 될 것이라는 추산이다.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한국 교총의 발표분만 하더라도 지난 94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추정한 5조8천4백47억원에 비해 3년사이에 무려 3조5천8백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과외가 이처럼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제도에서 비롯된다. 모든 학교교육이 대학입시로 통하는 현실하에서 학교교육만으로는 이를 충분히 커버할 수없다는 불신감이 학생이나 학부모들로 하여금 과외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몇년마다 바뀌다시피 하는 대입제도는 학생들에게 과외를 강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문제점은 우리나라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이다. 사회가 학력중시풍토에 멍든 탓도 있지만 부모들은 자식을 몇년이나 재수 시켜서라도 대학을 보내야 직성이 풀린다. 이에따라 미국을 비롯한 선진제국들의 대학들은 교육개방의 시기에 맞추어 우리나라 학생들을 공략하기 위해 이미 시장조사까지 마쳤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경쟁력이 없는 우리나라의 대학들 가운데는 문을 닫는 사태도 예상돼 대입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초·중·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해외 유학붐이 일고 있다. 이같은 조기 유학붐은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이 과외비의 중압이나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에서 해방될 수 있으며 외국어도 확실하게 터득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번져가고 있다. 실제적으로 미국의 일류 사립학교 학비를 국내의 학비(과외비 포함)와 대비해 본 결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명목임금은 월평균 1백36만7천원이었다. 여기서 과외비가 21만7천원씩이나 나간다고 하면 이같은 가계구조는 무언가 잘못돼 있는 것이다.
교육은 예부터 「국가백년지계」라고 했다. 몇년후면 21세기가 다가오는데 우리는 아직도 19세기적인 사회상 속에서 살고 있다. 과외가 더이상 나라를 망치는 불치병이 되기전에 손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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